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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인생은 있어도 결국은 다르다.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by 무아노

괴산과 관련된 책 중 나머지 하나가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였다. '충북 괴산두레학교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인생 이야기'라는 설명에 충실하게 할머니(사실 할아버지도 계신다)의 짧은 인생사와 그분들이 쓴 시와 그림으로 이뤄진 책이다.


책 이야기에 앞서 잠깐 곁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여섯 시 내고향'이 생각났다. 나는 선택받은 직장인들이 '집'에서 볼 수 있다는 프로그램, 여섯 시 내고향을 자주 본다. 꾸준히 보다 보면 제철 음식과 우리나라의 구석구석 그리고 특산품도 알 수 있다. 괴산을 여행지로 골랐던 건 이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었다. '(그걸 자주 본) 내가 모르는 곳이 있다니.' 하는 당황스러움과 호기심으로 말이다.

여하간 보다 보면 할머니들이 한글 수업을 받는 건 단골 소재다. 수업 이후 그동안의 작업물로 책을 내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직접 읽은 적은 없어 이 기회에 읽고 싶었다.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를 보면 할머니들이 외지에서 많이 시집을 왔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렇게 자신들을 소개한다. 경상도와 맞닿은 곳이 넓어서 그런가 거기서 많이 오셨다.

전혀 모르는 곳에 시집와 시댁 식구를 돌보고 농사짓고 자식들을 키웠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자기소개에는 자식과 농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학교에 다니며 글을 배워서 좋다는 것도 그렇다.

언뜻 보면 흔히 떠올리는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누구는 글을 가르쳐주지 않은 부모님을 아직까지 미워하고 반대로 글을 가르쳐준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또 책을 내기도 해서 많은 축하도 받았다는 그런 다양한 인생이 있다.


할머니들이 글로 자신들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모를 인생들이다. 그걸 알 수 있게 만들어준 괴산두레학교에 대해 궁금해졌다. 2009년, 여러 사람들의 뜻을 모아 2010년에 세워진 학교는 괴산 면 단위에 14개의 분교를 가지고 있다.

사이트는 없고 인터뷰를 하나 읽었는데 처음에는 한글을 가르쳐드렸고 4년 차가 되었을 때 여러 문화활동이 더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사진 찍고 춤추는 걸 좋아한다는 소개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글을 배워서 좋고 몸이 따라주는 만큼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계속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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