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
호주는 대륙이다.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이며 다른 유명 도시는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가 있다. 나는 이 중에서 브리즈번에 가기 위해 지원을 했다.
경기도에서는 청년들을 뽑아 해외대학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3년째 하고 있다. '경기청년사다리'라는 이름으로 영미권, 중국, 스페인등의 대학으로 3~4주 어학연수를 보내주는데 생각보다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지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최소 면접이다라는 자신감으로 합격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불합격이었다. 허탈하며 슬펐지만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가는 거려니, 하기로 했다.
호주는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요즘은 여행도 많이 가는 곳인데 나는 직접 가보진 않았고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다고 하는 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땅이 크기에 모든 동물 역시 크다는 미지의 생태계가 두려웠기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다른 곳과 비교해 시차가 적다는 점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직장인이니까 혹시 연락이 올까 봐)
여하간 탈락은 했고 마음은 헛헛해 독서 주제로나마 읽으려고 찾아보니 많은 책이 있었다. 여행 가이드북, 워홀과 이민을 위한 정보제공용 책, 다녀온 사람들의 에세이. 에세이는 즐거워 보이는 게 마음으로 우는 나보다는 가기 전의 행복한 사람들이 읽는 것이 맞을 듯 해 제외했다. 그러다 <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가 눈에 띄었다.
<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는 과학서적의 탈을 쓴 여행에세이 같다. 그것도 2013년 떠난 탐사대의 처절하게 망한 조별과제를 보여주는 에세이.(탐험은 13년, 출판은 23년이다)
탐사대가 예술가, 박물관 큐레이터, 과학 저술가, 생물 교사로 이루어져 망한 것은 아니다. 앞뒤 따지지 않고 실행력만 높은 사람을 리더를 두고 떠났기 때문이지.
과학 저술가로 설명된 리더는 NASA에서 하는 우주생물학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같이 갈 나머지를 모집했다. 그런데 서호주, 퍼스에 도착하여 3일 만에 겨우 만난 과학자들은 그들을 놓고 가버린다. 그렇다. 정말 두고 가버렸다.
왜냐하면 리더는 프로그램에 초대된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머지 역시 초대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목적지를 정해 떠나긴 했다. 하지만 우기라 물이 불어나 마을이 고립됐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탐험을 중단하고 비행기를 타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 돌아와서 일행 중 하나는 전부 엉망이라 울고 다른 나머지 중에서도 마음 놓고 귀환을 자축하는 이는 없었다. 완벽히 망한 탐험이자 여행이다.
책은 만화책에 가까워 잘 읽힌다. 과학은 생물, 지질, 천문으로 구분될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생물학 부분이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없었으면 산소도, 지금의 지구 생태계도 없었을 거라니 아주 신기한 생명체였다. 시아노박테리아는 35억 년 전부터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였다.(지구는 45억 년 전 생성, 인류는 7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상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체의 존재감은 서호주 샤크만(Shark bay)에서 느낄 수 있다. 그곳엔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암석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들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살아있기에 남은 흔적이다. 점액질로 된 박테리아 표면에 부유물이 쌓이고 쌓여서 암석처럼 굳어진 것. 암석들이 눈앞에 있다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를 보는 것이다.
과학 서적은 오랜만에 읽었는데 스토리와 만화가 있으니 생각보다 잘 읽혔다. 시아노 박테리아가 만든 산소, 지구의 생태계, 지구 밖의 광활한 은하계는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정말 먼지로 보이게 하는 경이로운 시간과 우연의 연속이다.
그러나 나에게 남는 건 그 리더의 웃기지도 않은 행동력이라는 게, 나란 인간이 이 멋진 곳을 완벽히 즐기지 못하는 이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