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
친구가 결혼을 한다. 신혼여행으로는 (이탈리아 쪽의) 알프스를 즐기고 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을 들려 이탈리아 반도를 쭉 훑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많은 친구들이 신혼여행지로 이탈리아를 갔는데 피렌체는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도시에 워낙 아름다운 볼거리가 많으니 말이다.
두오모로 익숙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아르노 강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베키오 다리 정도는 가보지 않은 나도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도시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름, 메디치. 이 가문이 왜 그토록 유명해졌는지 알고 싶어서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를 읽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하고 싶다. 신혼여행 전에 읽을 책은, 아니다.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은 르네상스의 태동, 발전으로 시작된다. 중간부터 메디치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문화, 예술을 지원한 귀족인 줄로만 알았기에 그들이 약 200년 동안 피렌체를 지배했다는 점이 새로웠다.
하지만 보면서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독선적 행위로 이름만 공화정일 뿐 실제는 독재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공화국이었던 피렌체에서 권력 세습이 유지된 것이다. 이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인지.
결국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같이 빌린 <메디치 가문 이야기>를 읽었다. 두께가 약 4배 정도 돼서 읽지 않으려 했는데, 그렇게 됐다.
이 책을 보면 그들의 권력은 시민들의 묵인 또는 지지 속에 이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메디치 가문의 시조인 조반니 - 아들 코시모 - 손자 로렌초, 이렇게 권력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가 알만한 예술가의 이름이 다 나온다. 또 다른 예로 코시모가 유배당하지만 시민들의 요청으로 1년 만에 되돌아와 권력을 잡기도 했다. 코시모는 사후 '국부'라는 칭호를 받고 로렌초는 '위대한 로렌초'라 불리었다.
메디치 가문이 독재를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 가문이 문화, 예술계에 끼친 업적을 대단하다 느끼는 것처럼 그 당시의 시민들은 직접 알고 있었던 듯하다.
작가님은 "오늘날 우리가 메디치 가문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는 공동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치가나 자본가, 지식인들이 과연 어떤 가치와 이상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라고 하는데 맞는 말씀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해 나누고 베풀며 함께 사는 것, 그 가치와 이상을 지금 세계의 모든 힘 있는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