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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 장자에게 위로받기, 가능하다.

<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

by 무아노

이제 내 친구들은 직장에서 소위 '샌드위치' 상태가 됐다. 상사와 후배 모두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직급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최대리, 김 과장의 심부름, 체계적이지 않고 얼레벌레 돌아가는 회사 시스템에 열을 냈는데 이제는 거래처와 미팅 자리에서 아직도 대학생이야? 소리가 나오는 옷차림으로 나타나고 퇴근 시간이면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후배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다.


최근에 후배가 생긴 친구는 의욕은 과하고 일은 두 배로 만드는 행동에 골머리가 아프다. 나는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막내라서 조언이나 공감 대신 들어줄 수만 있었다.

대화가 끝나고 책을 찾았다. 내가 경험을 못 했을 때는 책에서 간접체험을 하고 도움을 받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찾은 책이 <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였다.


철학자 장자. 많은 사람 중에 왜 장자일까 읽어보니 작가의 취향이었다. 그렇게 장자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개설된 '직장고민상담소'의 소장님이 됐다.

책의 진행은 오 과장의 고민을 나열하고 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자의 일화를 소개한 뒤 소장님과 오 과장의 대화 형식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고민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반면 장자의 얘기는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지만, 마지막에 있는 대화 덕분에 '아하!' 하고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


2부의 자아 편에서 그 유명한 호접지몽이 나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하는 유명한 말씀으로 위로를 건넨다.

오 과장은 시간은 흐르는데 발전은 없이 반복되는 생활에 지쳤다. 하지만 '나'는 똑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몇 달을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점심시간에 여유롭게 좋아하는 제육을 먹고, 퇴근 후에는 친구와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어제와 같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거다.


깨달음을 얻고 본래 목적이었던 5부 관계 편을 읽었다. 오 과장은 한두 살 많은 팀장이 인맥으로 승진한 게 불편하고 잘해주는데 불편해하는 후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선 장자는 다른 사람이 얻은 성과를 비교하며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양면을 보라고 위로한다. 하긴 인맥 쌓는 것도 시간, 에너지를 써야 하고 승진이 빠르면 퇴직도 빠르다.

후배에 대해서는 오지랖 부리지 말기. 내가 아무리 좋은 소리로 하는 거라도 사람에 따라 안 맞을 수 있다.


읽다 보니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면서 점차 쌓이는 실력을 무시하지 말 것. 또 내 기준으로 타인에게 말하지 말 것.

실천하기 위해 친구에게 '책에서 그러는데 이렇게 해봐.' 하는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책을 추천하면 끝. 그게 내가 이해한 장자의 조언이고 위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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