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면무호흡 수술 안 하고 해결하기>
엄마의 코골이가 심해졌다. 몇 번을 말해도 믿질 않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말 역시 먹히지 않았다.
사실 병원에 가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안다. 이미 주변에서 수술을 했는데 몇 개월 뒤에 다시 돌아왔다던가, 양압기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코골이를 해결해야 할지 궁금해져 관련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코골이 수면무호흡 수술 안 하고 해결하기>. 정말이지, 너무나 찰떡같은 제목이었다.
숨 쉬는 건 의식하지 않아도 가능한 동작인데(쓰면서 의식했더니 숨 쉬는 게 부자연스러워졌다.) 잠을 잘 때는 왜 문제가 생기는 걸까?
책에서 말해주는 이유는 많지만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해 보겠다. 첫 번째, 중력이다. 중력에 의해 혀와 목구멍 주변 연조직이 아래로 처지는 것이다. 두 번째, 체중증가. 살이 쪄 기도가 좁아지거나 내장기관이 아래로 처지며 목구멍을 당기게 된다. 세 번째,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 네 번째, 양악 수술 같은 인위적 변화.
비염 진단을 위해 병원을 가자는 건 도돌이표가 될 거라 건너뛰고 성형과는 관련 없다고 할 때, 체중감소와 근육을 만들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력은 노화와 맞물려 더 영향을 준다. 두 가지 모두 이길 수 없다는 건 진실이지만 소중한 근육을 키우고 그것들이 버텨준다면 연조직의 처짐이 조금은 방어가 될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면 지방이 기도를 막는다는 것도 해결 가능해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화가 안 된다며 먹는 양이 줄은 엄마는 이상하게 체중이 계속 증가했다. 잠을 잘 못 자면 지방이 잘 분해되지 않아 살이 찐다고 한다. 코골이로 잠을 못 자고 그 탓에 살이 찌고 다시 코골이가 심해지는 굴레에 빠진 것 같았다.
시기적절하게 5월이다. 어버이날 선물로 아쿠아로빅 강습을 끊어줄 예정이지만 정말로 선물이 될지는 모르겠다. 남이 하라고 하는 운동은 고문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뒤 다시 책을 읽었다. 옆으로 자기, 높이조절 베개, 코세척, 성악이나 관악기 배우기, 입 벌림 방지 테이프, 수술 같은 예를 들면서 각 개인마다 효과가 다를 수 있고 부작용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나 역시 주변인의 불만족 후기를 들었으니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봤다. 하지만 다음 챕터를 읽으며 눈이 커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저자가 만든 의료기기의 광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코에 쓰는 거, 기도확장기의 좋은 점이 나온 뒤 실제 구매자의 후기까지 실려있었다. 그렇다. 이건 책을 이용한 홍보였다.
(물론 공감하며 봤지만 책에 실린 제품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몸인데 함부로 추천할 수 없다.)
다 읽고 나서 '어,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책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사례는 많이 봤다. 자서전을 내고 노하우 공유를 하며 '나'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게 사업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책에 아예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다니. 잡지도 아닌데, 책 끝에 곁다리로 넣는 경우는 있지만 내용에 노골적이지만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아니면 의료 관련 서적은 이런 경우가 많지만 내가 이제야 겪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몰랐던 마케팅 방법을 만나게 됐다. 사실 별일 아니기도 할 텐데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가 있다. 다음번에 낯선 분야를 읽을 때면 이 재미있는 경험을 떠올려 망설이지 않고 손이 갈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