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나는 있었던 일에서 키워드를 뽑아 책을 읽고 있다. 이전 글을 예시로 말해보자면 라디오에서 들었던 설화가 재미있었다던가, 친구의 고민 해결을 위해 철학 책을 읽는 식이다. 이번에 읽게 된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는 그런 방법으로 뜻밖에 만나게 됐다.
내가 가진 매주 루틴은 오천 원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로또를 사는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5~6 년은 된 듯한데, 이번에 처음으로 오만 원이 당첨됐다. 고작 2번, 그것도 오천 원씩 당첨된 적 있으니 이번 당첨금액은 정말 컸다.
기분 좋게 키워드를 '로또'로 정했지만 생각보다 끌리는 책이 없었다. 그런데 검색 결과에서 ‘따로 또 같이'가 많이 보였다. 따져보면 로또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를 읽게 됐다.
저자는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런데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첫째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휴직을 하게 됐다. 수입은 줄고 시간을 써야 하는 곳이 생긴 상황. 저자는 경제적 도움을 받지만 시간은 적게 투자하는 부업을 찾았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문방구는 코로나 이후 유행한 창업 아이템이었으니 저자 역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매출이 크지 않다는 점, 도난 같은 자질구레한 사건 사고로 제외됐고 숙박업을 알아보다가 고시원 인수에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은 고시원 인수에 있어서 팁을 전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위치 선정, 적절한 인수비용이라든가, 수리비용 견적 내기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하며 겪은 일화들은 진지하게 운영을 고려 중이라면 유용한 팁이 된다.
외모, 성별만으로 '착한' 입실자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과 월세가 밀린다면 그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것, 자신에게 돈벌이 수단이라도 '집'을 제공하기 위해 '고시원장'이 가질 마음 가짐.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저자는 세월의 흔적이 강하게 남은 공용 주방에 감성을 한 스푼 넣어 수리했다. 굳이 뭐 하러 하냐는 말을 들었지만 누가 쓰든 깨끗한 곳에서 식사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편의점 도시락, 남은 배달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요리를 해 먹었다. 집이라는 건 결국 먹고 자는 공간이지 않은가. 작은 배려 덕분에 입실자들은 집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나는 어학연수 시절 홈스테이와 셰어하우스, 우리말로 하숙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물론, 철저한 개인 공간이 보장되면서도 거실이나 주방 같은 공용 공간은 쾌적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저자가 고시원을 '살 만한 집'으로 만들기 위해 공용 공간에 마음을 쏟는 걸 보며 내가 기억하는 ‘좋은 주거 경험’, 그때의 좋은 추억을 외국인이나 학생에게 하숙을 제공해보고 싶다는 오래된 바람이 다시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쩌면 내 진로에 변화를 준 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