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담, 제주 바다를 담은 그릇>
제주도 여행을 하는 동안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관광, 식생 등등에 관한 주제 중에서『원담, 제주 바다를 담은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그릇이라고 하여 제주도의 도자기 관련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원담 : 해변에 돌로 담을 쌓은 뒤 밀물과 썰물의 조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곳. 제주의 고유한 해양 돌 문화."
물론 책표지에 있는 설명으로 도자기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제주도 고유의 물고기잡이에 관해 써 내려간 책이 궁금해졌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화강암 지역은 수분, 양분을 잘 보유하지 못하고 암반이 많아 농사에 불리하다. 그렇다면 당연지사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배를 타고 나가거나, 맨몸으로 깊게 잠수하거나 아니면 가까운 연안의 자연 지형을 이용하게 됐다.
"원담은 자연형, 인공형, 자연과 인공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p.68
자연형은 말 그대로 화산 폭발로 생겼다. 인공형과 혼합형은 살던 사람들이 썰물이 되면서 물웅덩이에 갇힌 물고기, 새우, 소라 등을 발견하면서 비슷한 웅덩이를 아예 새로 만들거나 자연형에 좀 더 돌을 쌓아 만들면서 형성됐다.
원담에서 해산물 채취야 당연하다. 가장 많이 잡은 것은 멸치라고 한다. 동네에서 먹기 넘칠 정도로 잡으면 다른 곳을 돌며 팔기도 했다고. 아니면 멸치를 먹으러 온 고등어, 갈치 등의 큰 생선들 갑오징어나 낙지, 문어도 잡았다고 한다.
이외로 바다생물의 서식지 제공, 파도의 방어막, 해녀들의 쉼터,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존재했다.
"원담은 해안 마을 공동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상징 장소인 원담은 제주 사람이 서로 공존하는 법을, 자연과 교호하고 상호 협동하는 사회적 관계를 가르쳐준 공간이다." p.17
내가 갔던 금능해수욕장에도 원담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갔다 오고 나서야 알았다. 사실 알았더라도 밀물 때라 볼 수 없긴 했을 테지만 아쉬웠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감회가 남다르니 말이다.
제주 사람들의 추억과 정신이 깃든 원담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원담 문화를 몰라 관리가 안되거나 길을 새로 만들고 하면서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어종 감소로 본래의 기능을 잃어 없애기도 한다.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은 에메랄드빛 바다만이 아니라 원담처럼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와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그 지혜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제주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조용히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