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독서 회고, 내가 뽑은 올해의 책 3권
독감에 걸렸다. 올해 너무 열심히 산 탓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약속이나 야외 활동이 정말 많았다. 안 나가던 만큼 배로 나갔더니 몸이 항의한 모양이다. 형편없는 체력 치고는 이거 저거 한 덕분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책을 읽고, 전자책 출판도 하게 됐다.
했던 것 중 스스로에게 엄지 척할 만한 건 역시 다독을 한 것이다.
24년과 조금만 비교해도 (브런치를 시작한 3월 전을 제외하면) 매달 훨씬 많은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나를 스쳐간 책들을 떠올리다 보니 시상식을 하고 싶어졌다. 몸이 쉬어야 하니까, 겸사겸사.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고 굳이? 싶을 수 있지만, 뭐 어떤가. 내가 재미있으면 하는 거지. 그럼 제1회 무아노 배 책 시상식을 시작해 보겠다.
총 55권의 후보 중 특이점을 가진 책들을 소개한다.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약 30,000개의 조회수와 65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꾸준한 검색 유입을 유지하는 『8월은 악마의 달』. 반대로 가장 인기가 없는 『경희, 순애 그리고 탄실이』. 15년 만에 다시 손에 든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브런치 작가님이 쓰신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소리 내어 웃은 『캔터빌의 유령』. 반대로 눈물이 고였던 『피터의 고양이 수업』.
대상, 최우수, 우수로 뽑은 책의 심사 기준은 이렇다.
1. 여전히 책 제목과 내용이 기억나는지.
2.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지.
3. 시간이 지나도 또 읽고 싶은지.
우수
『캔터빌의 유령』
1 : 5점 2 : 6점 3 : 10점 / 총 21점
또 보고 싶지만 읽은 지 얼마 안 돼서 처음 같은 웃음이 나오지 않을 걸 알기에 다시 못 읽고 있다. 정말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오스카 와일드가 쓴 유령... 그거' 이러고 있었다. 게다가 웃음 코드만큼 맞추기 어려운 게 없다. 그 탓에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작품.
최우수
『국회의원 살인사건』
1 : 8점 2 : 8점 3 : 7점 / 총 23점
호주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살 이야기가 이따금씩 떠오른다.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도 후루룩 읽히는 소설이라 정말 권하고 싶다. 문제는 추리소설 특성상 범인을 알고 나면 다시 읽을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상
『피터의 고양이 수업』
1 : 10점 2 : 7점 3 : 9점 / 총 26점
원서 제목도 쉽지만 번역된 제목도 기억하기 좋다. 영국을 배경으로 고양이가 된 아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내용은 흥미롭다. 완성도 높은 구성에 지루하지 않으면서 감정까지 자극한다. 다만 온통 고양이 범벅이라 고양이파에게 추천이 먹힐 듯하다.
순위에 들지 못해 아쉬운 책도 있다.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는 청나라 사행을 다른 시선으로 봤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나 솔직히 읽으며 졸기도 했어서 2번 항목 점수가 낮았다.
『방구석 미술관 2』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을 밟으며 살아간 창작자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창작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문제는 각 화가들에 대한 정보가 기억에 남지 않아 1번 항목 점수가 낮았다.
재미로 시작한 시상식이었지만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특히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작품에 약하다. 같은 길을 따라가는 입장에서 그 어려움을 아니까, 해낸 작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올해 이렇게 좋은 책들을 만났으니 내년에도 그런 만남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