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의 중요성>
제미나이로 사주를 봤다. 분명 몇 개월 전에는 못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녀석. 기술의 발전이 정말 빠르다.
여하간 화(火)와 편재(偏財)의 비중이 많은 나는 결과물에 연연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결과물을 낸 올해 열심히 산 만큼 칭찬과 보상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먹고 싶던 케이크를 먹고 쉬엄쉬엄 작업을 했다. 책도 취향에 맞춰서 읽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오스카 와일드의『캔터빌의 유령』, 『아서 새빌경의 범죄』와 비슷한 분위기의 책을 ai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와일드의『진지함의 중요성』,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의 단편선을 추천해 주는 게 아닌가.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낯선 작품,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 그리고 잘 알고 있는 작가. 결국 와일드를 선택했다. 고민되긴 했지만 나에게 보장된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스포가 있습니다)
『진지함의 중요성』은 희곡으로 귀족사회를 위트 있게 풍자하여 작가에게 엄청난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9명이지만 하인과 집사등 조연을 제외하면 5명이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존은 '어니스트'라는 가짜 이름을 만들어 거짓말을 해왔고 앨저넌은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니스트'를 이용한다. 그웬돌린과 세실리는 '어니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이기에 믿을 수 있다며 그들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브랙널 부인은 혈통과 재산을 따져 결혼을 허락하는 전형적인 귀족이다.
거짓말로 만든 '어니스트'로 그웬돌린과 세실리의 마음을 얻게 되었으니, 두 남자는 급하게 세례를 받아 어니스트라는 이름을 가지려고 한다.
그 사이 그녀들은 자신들이 결혼하기로 한 '어니스트'가 동일인이라 생각해 기싸움을 벌인다. 바람피운 남자를 잡는 게 아니라 '청혼을 먼저 받은 건 나야', '그 마음이 바뀔 정도밖에 안 되나 봐' 하면서.
오해는 두 남자가 같이 들어오며 풀렸지만 그웬돌린과 세실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보단 이름이 '어니스트'가 아니라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두 남자는 세례를 받기로 했다는 걸로 간단히 그녀들의 마음을 돌린다. 하지만 브랙널 부인이 오며 두 커플의 결혼은 어려워 보이지만, 우선 세실리가 유산이 많다는 걸 알자 부인은 앨저넌의 결혼을 승낙한다.
잭을 반대하는 건 아주 어릴 적 버림받아 뿌리를 모르는 기 때문이었으나 부인의 동생, 즉 앨저넌의 어머니가 잃어버린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극적으로 결혼 승낙을 받게 된다.
거짓말을 쉽게 하는 남자들, 이름만으로 결혼 상대를 고르는 여자들, 그리고 태생의 비밀로 해결되는 해피엔딩. 막장 드라마 같지만 와일드가 현실을 비꼬며 우스꽝스럽게 만든 풍자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웃음이 약해서 책표지에 있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따끔하게 쏘는 코미디"가 와닿지 않았다.
『캔터빌의 유령』이나 『아서 새빌경의 범죄』에서도 귀족사회 풍자가 있지만 유령과 예언이라는 흥미로운 사건 덕분에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지함의 중요성』 책표지부터 와일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다. 19세기 영국의 분위기, 풍자로 박수받으면서도 손가락질받았던 작가.
그래서 그럴까, 나도 모르게 당시 사회상만 더 눈에 들어왔다. 보장된 웃음을 기대했지만 남은 건 이름과 혈통에 목매는 현실이었구나 하는 진지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