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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골 때리네.

<아서 새빌 경의 범죄>

by 무아노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캔터빌의 유령>.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웃겼다.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아일랜드 출신 작가의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다른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을 떠올렸다.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제임스 조이스는 도저히 읽기 어려워서 오스카 와일드를 택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는 어릴 적 읽었고, 이후 성인이 되어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접했다. 그 책이 흥미로워 작가의 삶을 찾아보다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Only dull people are brilliant at breakfast>를 읽게 됐다. 이 책은 그의 인용문을 모은 책으로, 삶, 젊음, 사랑, 결혼에 대한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담겨 있다.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결혼에 대한 과한 비꼼으로 전 부인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사실 신경 썼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에 <캔터빌의 유령>을 읽었는데 취향에 딱 맞는 유머 덕분에 육성으로 웃고 말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없던 시대에 이렇게 기발한 이야기를 썼으니, 그가 왜 유명 인사였을지 절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캔터빌의 유령>은 너무 유명해 브런치에 올리기엔 식상할 것 같았기 때문에 <아서 새빌 경의 범죄>를 골랐다. 이 작품은 크게 웃을 정도는 아니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주인공 아서는 모임에서 손금쟁이에게 살인을 저지를 운명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을 앞둔 만큼 '미리'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와일드다운 골 때리는 캐릭터였다.

그의 첫 번째 독살 시도는 대상이 자연사하며 실패, 두 번째 폭탄 테러는 불발로 실패. 세 번째에 계획 없이 저질러서야 성공한다. 성공했으니 미뤄 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작품 내내 결혼에 대한 신랄한 풍자, 당대에 빈번했던 테러에 대한 비꼼이 와일드 특유의 유려한 말재간과 함께 녹아 있다. <Only dull people are brilliant at breakfast>에 실린 문장들이 이 작품에서 왔다는 걸 깨닫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사실 작가 개인의 삶을 온전히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유머만큼은 정말 취향이다. 말장난과 현실 비판을 가볍고 재치 있게 풀어내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 고전 문학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고전 문학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걸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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