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븐:포단편선>
첫 번째 글에서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고백했었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하다 문득 스친 문장 하나,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든 '오귀스트 뒤팽'이 현대 탐정 캐릭터들의 시초라는 이야기였다. 무슨 말이지? 글을 마무리하고 찾아봤다.
그랬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녔던 것이다. 첫 번째 글을 수정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걸 주제로 정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으니 ‘럭키무아노’가 된 걸로 마무리했다.
뒤팽이 나온 작품들을 읽으려고 보니 단편선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공포를 주제로 묶었고 세 편이 함께 실린 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금 보면 참 이상한 게 포의 글은 어른이 된 지금 읽어봐도 잔인하고 오싹한데 왜 어린이 용 책으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더 레이븐:포단편선>은 더 레이븐을 시작으로 검은 고양이,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 도둑맞은 편지, 어셔 가의 몰락,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가 함께 실려있다. 검은 고양이를 제외하곤 다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라 호기심에 전부 읽어보게 됐다.
우선 검은 고양이는 앞서 말했듯 어른들은 왜 남편이 아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내용을 아이들에게 읽히게 했을까.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반면 더 레이븐, 어셔 가의 몰락은 확실히 포 작가만의 분위기를 알 것 같았다. 오스카 와일드도 어두운 작품을 쓰긴 했지만 포의 작품은 그 어두움의 농도 자체가 훨씬 짙다. 게다가 그 기괴함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다.
뒤팽이 나온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 도둑맞은 편지,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읽는 내내 '꼬꼬무'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더 심해서 읽는 내내 '아, 말 진짜 많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신문 기사를 모아 추리를 해나가는 방법은 신기했지만 결론이 없으니 캐릭터를 자랑하고 싶은 건지, 작가 스스로를 자랑하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였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에서의 뒤팽은 현장 방문과 증언 수집 등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상 밖의 범인이 등장하는 결말도 흥미로웠다. 어색하게 느껴졌던 건 아마 뒤팽이 ‘시작점’에 있는 탐정이라서였을 것이다. 모든 시작이 빛나진 않지만 그 시작 덕분에 많은 캐릭터가 태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