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비에 젖은 산을 삼켜버리자, 숨죽이고 있던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포위하듯 산을 에워싼 안개는 희뿌연 눈으로 주위를 염탐하더니 그곳으로 방향을 튼다.
그날.
한산한 요금소에 차 한 대가 들어온다. 비가 내리는 평일 밤이다. 점점 다가드는 낯선 불빛에, 하경이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을 끈다. 창문도 열지 않은 채 정지한 검은 몸체가 호전적인 불줄기를 뿜어낸다. 희번덕한 불빛에 의해 요동쳤던 안개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벤츠 S클래스. 지방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차다.
하경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매연과 피곤으로 탁해진 목소리지만 밝게 인사한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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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01다 34XX. 수배차량.
단양으로 돌아가야겠다. 산이 많은 곳이니까.
요금소를 나와 단양 방면으로 우회전...
차를 훔칠 때는 좋은 걸 골라야 한다.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은 내비게이션의 탓이다.
바로 여기다. 금수산.
금수들에게 죽은 여자가 묻히기에 안성맞춤인, 아름다운 금수산.
“씨발! 드럽게 깜깜하네. 라이트 좀 킬까?”
“잡히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지.”
“…….”
똥파리가 계속 떠들어댄다. 놈의 주둥이를 삽으로 찍어버리고 싶지만 참는다.
“쪼끔 아까 그년 괜찮던디…….”
“뭐?”
“갸 말여. 톨게이트 안내양.”
“흠!”
“쉰 목소리에 깐깐한 눈깔 하며 쫀득쫀득해 뵈던데…….”
그래, 괜찮아 보였다. 모처럼 놈과 나의 취향이 맞는다.
“어때? 우리 작품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
“.......?”
“톨게이트 여직원 실종 사건! 멋지지 않아? 미모의 톨게이트 여직원 실종되다!”
“흠!”
좋은 의견을 낸 똥파리의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사투리 하나 안 섞인 자신의 어투마저 자랑스럽다.
두 남자가 열심히 일을 한다. 한 남자는 손과 입이 바쁘고, 한 남자는 손과 머리가 바쁘다. 그들은 즐겁다. 다른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의미이다.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제법 깊은 구덩이를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두 남자가 벤츠의 트렁크를 연다. 비닐 돗자리에 싸인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아까운 몸이다. 일회용으로 끝내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