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톨게이트 4.

4. 그 일이 있기 전, 톨게이트 (3).

by silvery rain 이혜영

톨게이트를 통과한 52조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바지를 입는다. 곧추섰던 성기가 힘없이 늘어져 흐물거린다. 차가운 금속의 지퍼가 귀두에 닿았는지 따끔거린다.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바로 놓는다. 옷을 다 입은 52조가 사타구니 안쪽에 놓인 성기를 쓰다듬는다. 여운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부드러운 느낌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팬티를 입지 않아 모든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짜릿함과 부드러움이 손바닥을 거쳐 온몸을 휘감는다. 눈을 감자 그녀의 고운 손이 떠오른다. 유난히 예쁜 손이다. 길고 흰 그 손이 자신의 성기를 쓰다듬고 애무하는 환상에 빠져든다. 한 번만이라도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52조는 생각한다.

52조가 휴대폰 버튼을 누른다.

“고속도로 영업소죠? 이청하 씨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변태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그전에는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바바리맨에 대해 얘기할 때, 재미있고 호기심 가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한 야동은 여자의 팬티 냄새만큼이나 강렬한 경험이었다. 야동을 본 후 누나가 벗어놓은 팬티에 코를 갖다 댄 적이 있었다. 52조는 처음 맡아본 지린내를 잊을 수 없었다. 첫 경험이라는 것의 두려움과 주저, 망설임은 숨 막힐 것 같은 스릴을 주었다. 은행 냄새와 비슷한 이 냄새는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서 나는 호르몬 냄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냄새는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지독하지만, 막상 맡고 나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이 있는 냄새였다. 그 야릇한 경험은 성에 대한 집착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급기야는 학문적인 탐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이 성도착증 환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얘기하는 성에 대한 집착, 노출증, 소아 애호증 등 여러 가지가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의 변태성을 발견했을 때 52조는 슬펐다. 하지만 자신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꼭 그렇게 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성적 대상인, 어린 아이나 무방비상태의 여학생을 외딴곳이나 사적인 공간에서 만났을 때의 흥분감은 부풀어 터질 지경이었다.

52조가 최초로 죄책감을 맛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겨울방학을 맞아 의정부에 있는 누나 집에 머무를 때였다. 누나에게는 갓 낳은 딸이 있었다. 52조는 어릴 때부터 유독 아이들을 좋아했다. 누나는 52조에게 아기를 맡기고 가끔 외출했다. 그때마다 52조는 기꺼운 마음으로 아기를 돌보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 간다며 나갔던 누나가 갑자기 들이닥쳤다. 아기의 변화를 눈치챈 누나가 현장을 덮친 것이다.

“야! 너, 뭐 하니? 응? 옷 벗고 뭐 하는 거냐고!”

누나가 아기를 채가며 소리 질렀다.

“아냐, 누나. 아냐, 아냐. 애기가 너무 울어서. 봐! 이제 안 울잖아. 애기도 좋아했어.”

52조는 허둥지둥 바지를 챙겨 입으려 했지만 누나의 몽둥이질로 바지를 입을 수 없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애기한테 그 더러운 걸!”


누나 집에서 쫓겨난 52조는 그제야 자신이 변태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52조는 죽고 싶었다. 자신이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아이들이 좋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변태적인 행위를 다 받아주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상냥한 웃음과 친절한 태도, 약간의 보상과 적절한 설득을 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가 주었다. 더군다나 아직 말을 못 하는 아기들은 너무나 좋은 친구였고, 파트너였고, 놀잇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위들 뒤에 엄습하는 죄책감은 52조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이후 변태성 도착들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52조는 죄책감에 대한 탈출구를 만들어냈다. 찬송가를 듣는 것이었다. 온종일 찬송가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워 나 처음 믿은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


스무 살 시절부터 들었던 찬송가 테이프는 이제 늘어져 더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늘어진 찬송가 테이프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죄책감은 점점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52조는 없어진 찬송가 테이프처럼 죄책감도 없어졌다. 자신은 이미 모든 것을 회개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확신한다.


52조는 청하와 통화할 수 없었다. 영업소에선 청하를 바꿔줄 수 없다고 했고, 방침에 따라 청하의 전화번호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52조는 직접 찾아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쓰다듬던 성기를 곱게 단도리하고 시동을 건다. 청하를 만나기 위해선 차부터 바꿔야 한다. 52조 X69X 중형차는 너무 많은 것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52조가 가까운 중고차 매장으로 차를 돌린다.





#. 이 소설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없습니다.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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