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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Oct 28. 2022

적절한 고독의 필요성

직장인 글쓰기(5)


우리 식구 중에서 나는 공부를 가장 많이 한다. 거실에는 TV 소리가 잔잔히 들려오고 남편과 딸은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남편은 TV를 시청하고 딸은 게임을 한다. 난 슬쩍 방문을 닫고 나만의 서재로 숨는다. 내 서재를 꿈꿨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안방 안쪽에 놓인 탁자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공간에 맞는 책장을 놓을 수 없어 책이 옆에 켜켜이 쌓여있다. 언젠가 이 책이 들어갈 공간을 고민하고 있다. 뒤늦게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기저기 놓인 책들을 보면 언제쯤 널 다 읽을지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널 보면 행복해진다.


고(故) 이어령 선생님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질문을 하니, 선생님은 "짐승이 새싹 뜯어먹듯 독서하면 됩니다. 재미없으면 덮고 느끼면 밑줄 치는 거죠" 책은 재미로 읽지 의무로 읽지 말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만 보면 설레고 저속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니 잠시 읽지 못한 책의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책 읽고 글 쓴다고 끙끙거리는 아내 덕분에 남편은 나름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직장 퇴근 후 저녁식사와 뒷정리가 끝나면 내 서재에 쏙 들어가 버리니 남편은 혼자 있을 때가 많다. 함께 TV 보거나 차 마실 시간도 가진 지 오래다. 할 얘기가 없는 나와 다르게 남편은 갱년기인지 성격 탓인지 할 말이 아주 많다. 그런 모습이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성가시다. 내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살아도 느끼는 고독은 이 시대의 당연한 감정이다. 니체는 '현대인은 자기로부터 가장 먼 존재다'라고 했다. 내가 없이 가족과 다른 사람을 챙기다 보면 번아웃이 온다.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고 성장을 위한 공부는 필요하다. 적절한 고독은 내게 특별한 선물이다. 고독의 시간을 가지려면 내게 주어진 제한된 상황 속에서 나의 시간을 먼저 찾아보자. 해야 할 것이 많지만 선택이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다. 내 시간을 제대로 파악하고 살아보자. 난 슈퍼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저 내 인생과 내 가족이 행복하고, 이웃에게 영향력을 주는 존재감 있는 삶이 내 목표다.


이번 '카카오 사태'로 디지털 강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문어발식 확장이든 사회적 요구에 반한 책임이든 잘잘못을 떠나 카톡 먹통으로 일상이 멈췄다. 정지된 느낌이 싫어 어떤 사람들은 재빨리 다른 소통을 찾는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잠시 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여러 개의 채팅방에서 벽 타기를 하고 있는 나로선 이해되는 말이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우리에게 잠시 자신만의 고독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많은 사람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인간관계 자체가 점점 번거로운 만남으로 전락해버린다. 그럴 때는 잠시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런 후에 다시 만나는 사람들의 온기는 뜻밖의 반가움과 설렘, 활력을 선사할 것이다."


예전에는 '고독'은 외로움, 허망함 등과 같은 '홀로 남겨진'의 의미였으나 지금은 '홀로 있는 즐거움'이라는 뜻의 '즐거운 고독'으로 보는 이도 생겼다. 나도 미래 걱정, 아플까 봐 걱정, 전쟁 걱정까지 하며 산다.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삶이 '희로애락', '생로병사'라지만 이것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다 똑같다. 누구나 삶의 무게에 힘겹게 버티면서 그 중력 속에 존재감을 갖고 산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잘 분리한다. 그 사람은 절반은 현재에 있지만 절반은 미래에 가있는 사람이다. 미래가 두려울수록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 그게 책 읽고 글쓰기다. 평범한 나의 이력서를 바꿔줄 '글 쓰는 사람', '작가'라는 그 이름이 내게 남겨진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직은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매일 수놓듯 메꿔가면 된다. 이 길은 평생 나를 공부하게 한다. 


요즘 하늘을 보면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빛나는 별들은 몸으로 느낀다. 나도 그중에 빛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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