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마중나가는 글쓰기

by 드림그릿 박종숙

새해 계획을 세우다 보니 작년과 큰 차이가 없음에 멋쩍은 미소가 지어진다. 거창한 변화보다는 작년에 다져온 루틴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올해 나의 소박한 목표다.


작년에는 문예지에 단편소설을 내보고 싶었으나 결국 해내지 못했다. 글쓰기보다는 강의가 우선이었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치곤 했다. 수첩을 정리하며 깨달은 사실 하나. 나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감당하기엔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올해는 최대한 '심플한 삶'을 지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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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이 남긴 세 가지 숙제

기록을 뒤적이다 작년 세종국립도서관에서 들었던 글쓰기 수업 노트를 발견했다. 교수님은 종강 무렵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활동'이라며 과제를 내주셨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단어의 힘을 체험하는 훈련들. 그중 세 가지 기록을 오늘 다시 꺼내어 본다.


1. 단어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라 : 기억의 거리 갤러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이 마음을 두드린다.


곧 봄이 오겠지! 벚꽃 핀 길을 걸으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고, 흩날리는 꽃잎은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닿을 듯하다. 소녀처럼 웃던 엄마의 환한 미소가 나를 감싼다.

나는 곁에 선 딸에게 말했다. "이 길을 걸을 때, 엄마를 꼭 기억해 줘." 그리워할 대상이 있고 추억할 장소가 많다는 것은, 남은 생을 살아갈 찬란한 축복이다. 올해도 이 길을 딸과 함께 걸으며, 아이의 깊은 속내를 가만히 듣고 싶다.


2. 단어는 무기다 : [날개] 사전 속 '날개'는 비행을 위한 기관이지만, 내게 날개는 '유년의 기억'이다. 어릴 적 동네에는 잠자리가 많았다. 숨을 죽이고 다가가 손끝에 가두었던 그 투명한 날개. "알나라, 딸나라—" 노래를 부르면 정말로 손바닥에 알을 낳던 신비로운 생명체.


이제 아파트 숲 사이에서 그 작은 날갯짓을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그때 느꼈던 자유와 꿈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 어쩌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다시 날개를 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3. 불편에 익숙해지기 : 새벽의 몰입 평일 새벽 6시, 줌(Zoom) 너머 도반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 방학을 맞은 딸의 스케줄에 맞추다 보면 새벽 1시를 넘겨 잠들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을 고수하는 이유는 오직 '글쓰기'를 위해서다.


송숙희 작가의 말처럼, 글쓰기는 저녁의 소모된 에너지가 아닌 새벽의 신선한 몰입을 필요로 한다. 고요한 거실, 오로지 나와 자판만이 마주하는 시간. 물론 수면 부족이라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 불편함을 기꺼이 선택할 때 비로소 문장은 깊어진다.


마치며

결국 오늘도 수면 부족으로 오후의 단잠을 예약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계속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나에게 맞는 속도로, 심플하게 일정을 체크하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이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성취다. 다만 그 과정은 느슨하되 지속성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가 쓴 문장들도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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