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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22. 2023

기획하신 너의 인생을 살아

by 드림그릿




우리의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에 비유한다. 우리의 삶도 시간의 흐름이다. 어쩌다 인생의 겨울이 와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이 지나면 곧 따뜻한 새봄이 오니까.. 산책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눈이 간다. 여자의 옷차림으로 계절을 안다더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살아오면서 우리 곁에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어릴 때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어디서든 잘 살고 있겠지... 나이 들어 만난 친구들이 있다. 서로 신앙이 같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는 그녀들은 지금도 통화하면 반갑고 즐겁다. 나의 삶에 빛나는 의미를 부여해 주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_데미안 


친구 A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셨다. 피아노 배우는데 돈이 많이 드니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 다니는 게 효도라고 생각하셨다. 부모님이 원치 않으셔서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주산을 배우고 수학 공부에 더 열중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했지만 계속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부모님이 그때 피아노를 배우게 하셨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번 돈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 때 배웠으면 더 잘 칠 수 있겠지만 배움에 늦은 법은 없으니 지금 배우는 그 맛도 새롭다고 말한다. 


친구 B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틈틈이 글을 써왔다. 그러다 남편에게 자기 글을 보여주었는데 남편이 무례한 말 때문에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친구의 글이 대중적이지 않으며 작가가 되기는 부족하다'라고 했단다. 이런.. ㅠ 그녀는 글쓰기를 그만두고 상담대학에 들어갔고 드디어 상담사가 되었다. 건강이 약한 편이라 상담 일을 전적으로 할 수 없지만 틈틈이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그녀를 교회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녀는 부끄러운 듯 자신의 글을 보여주었다. 예쁜 공책에 또박또박 적어간 글을 읽으면서 나쁘지 않았다. 아니 신선했다. 언젠가 그녀가 작가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녀는 작가의 꿈을 버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최근에 그녀와 오래간만 통화를 했다. 친구에게 쑥스럽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 글쓰기를 하고 있다며 나의 근황을 말했다. 그녀에게 지금이라도 다시 글 쓰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물었다. 미련이야 있지만 자신은 글 쓰는데 재능이 부족해서 그 꿈은 포기하기로 했단다. 뒤늦게 상담 일을 하면서 나름 재미가 있다고 한다. 글쓰기로 작가가 되어도 좋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좋은 취미인데 그 재미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그녀는 다시 작가의 꿈을 찾게 될까? 후회는 없다고 하지만 언젠가 그녀의 글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작년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내겐 새로운 도전이었고 나를 '작가'라고 말해주는 첫 사람이었다. 언제 책을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기쁨도 있다. 그래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제 나는 나를 '작가'로 임명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가장 믿어주고 신뢰하는 내가 그렇게 부른다.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세월의 흔적만큼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 세월은 젊음을 앗아가지만 나름대로 내게 다른 선물도 주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일들을 거치며 단단해진 내가 있다. 세상에 대해 좀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지금이 좋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눈도 세월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다. 또한 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믿는다. 인생에 규격품이란 애초에 없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떼쓰지 말고, 하나님이 기획하신 대로 지금 글 쓰는 이 길을 걸어가면 된다. 사람마다 자신의 운명의 몫이 있다. 그 변화의 몫은 내게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각자를 향한 데스티니는 찬란한 별이 되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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