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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24. 2023

자녀를 믿어주는 부모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로맨스보다 더 눈길이 간 건 사교육의 현실이었다. 드라마가 그려낸 사교육 현실 중 가장 안타까웠던 건,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변호사 장서진(장영남)은 명문대 진학만이 살길이라며 자식들을 몰아세우다 장남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고, 차남(이채민)만은 목표를 이뤄야 한다며 수험 경쟁에 몰아놓는다. 엄마의 그릇된 교육열이 급기야 시험지 유출 범죄까지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은 "대한민국 사교육 과열은 엄마들 책임"이라며 사교육을 반대했지만, 딸 남해이(노윤서)를 위해 결국 사교육 열혈 엄마로 변신한다. 한 수험생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ADHD 약을 복용하다가 실신하기도 하고, 해이와 같은 반 방수아(강나언)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공황장애, 경쟁자를 제거하는 망상에 시달린다. '너는 공부만 해. 다른 것은 엄마가 다 처리해 줄게'라는 부모들의 잘못된 욕망이 자녀를 그릇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숙한 아이라면, 삶의 가치관과 책임의식도 없는 아이로 키우고 이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난주 교회 내 모임에서 연결된 한 어머님을 만났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녀 문제로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자녀가 둘인데 지금 고2인 둘째 딸이 무기력증이 와서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활달해서 춤추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부모 보기에는 그 길보다는 공부가 좋을 것 같아 다른 것은 허용을 안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가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더니 학교 가는 것을 불안해한다. 그동안 전문상담도 받고 치료 약도 먹였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딸이 너무 힘들어하니 쉬게 하라는 주위 분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어머님은 딸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어떤 조언도 딸의 앞날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어떤 시도조차 못한 채 그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에 그 어머니는 신경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한다.


상담을 받으면 상담사는 '딸의 상태는 이상이 없으니 어머님이 좀 더 인내하고 기다려주면 좋아질 거예요'라고 하지만, 부모 마음이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랬다. 딸이 중2 때 밤늦게까지 영상편집한다며 며칠 늦게 자더니 그날 아침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 학교 앞에 도착했는데 쉬고 싶다며 안 들어가겠다고 한다. '내 인생은 공부만 하느라 너무 불쌍해 왜 이렇게 살아야 해'


딸의 말을 듣자니 기가 막혔다. '일단 학교 들어가서 한 시간만 수업하고 조퇴하고 나오자'라고 했지만 끝끝내 고집을 부린다. 결국 실랑이하다가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딸 앞에선 큰소리로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에게 이 상황을 말했더니 내게 해준 말이 오래 기억된다.

"학교 하루 안 간다고 인생 끝나는 것 아니야. 딸이 많이 피곤해하니 하루 쉬게 해. 괜찮아..."


난 왜 그렇게 세상 무너지듯 울었을까!! 학교 하루 안 간다고 아이 인생이 끝나는 걸까! 아마 그날 하루의 상황이 계속 이어질까 봐 하는 엄마의 조바심 때문이다. 부모의 그릇된 자식 사랑이 의존적이고 미성숙한 자녀로 평생 살게 만들지나 않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자식 사랑은 잘하고 있는 걸까?


눈물 고인 그 어머니의 지친 어깨를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잘 이겨낼 것을 믿으며 함께 기도했다. '큰 딸은 무난하게 대학에 들어갔어요. 이제 둘째 딸만 가면..'말하던 어머니에게 '언젠가 둘째 달이 보석이 될 날이 있을 거예요 우리 그렇게 믿어요.'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어머님의 기다림이 승리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곧 다시 보자며 헤어졌다. 가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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