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그릿 박종숙 Dec 16. 2022

네 편이라고 믿어주는 친구

by 드림그릿..친구


올해도 운 좋게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남을 가졌다. 글 쓰는 문우들과의 만남, 북클모임, 영어 공부 등 읽고 쓰고 공부하면서 무엇을 하며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했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생계가 우선이기에 글 쓰는 삶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먼저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노후대비를 위한 자격증에 더 관심이 있었다.


매일 이렇게 달리다 어느 날 내 삶을 돌아보니 질문이 생겼다.

"나는 왜 이리 열심히 사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내 삶은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다. 이제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난 인생 후반전을 살아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찬란하게 후반전을 뛰고 싶다.


어느덧 직장 생활한 지 30년이 넘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관계가 쉽지 않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만 열라'고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사람을 알아가는 일도 조심스럽다. 서로 업무나 모임으로 연관성이 없으면 1년을 같은 공간 속에 있어도 말 한마디 않고 살아간다. 만년 말단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무탈하게 직장 생활을 해올 수 있음에 늘 감사하며 산다. 직장 내 친한 동료를 뽑으라면 단연 또래 친구이다. 원래 네 명이었지만 지금은 두 명만 남았다. 같은 직장이라고 해도 정기적 모임을 갖지 않으면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계속 돌아가면서 밥 사는 것으로 모임을 가진다. 짧은 만남이 아쉬워 한 번은 각자 외출을 달고 먼 거리의 맛집과 산책도 가져본다. 친구들끼리의 수다는 성장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제격이다. 갱년기가 온 친구는 사람 관계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고민이라 하고, 다른 친구는 작은 일에도 자꾸 서운함이 밀려온다고 한다. 업무적으로 치이고 관계에 밀리다 보니 50대가 넘으면 직장 내 서글픈 세대로 둔갑한다.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힘들었던 문제는 작아 보인다.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하나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니, 그대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서 읽은 글귀인데, 당신에게도 이런 멋진 친구를 가졌는지 묻고 싶다.

"내가 우울해하면 그녀는 나와 아픔을 함께 나눈다. 반대로 내게 좋은 일이 있으면 내 뒤 어딘가에서 서서 누구보다도 크게 응원의 함성을 지르고 누구보다도 환하게 미소를 지을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때때로 나는 게일이 나의 '착한 자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그런 존재 말이다. 확실한 것은, 게일은 내가 진정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녀 덕에 나는 진정한 벗을 가지는 기쁨과 진정한 벗이 되는 기쁨을 모두 알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에게 '게일'이라는 친구가 있다면, 내게는 '명희'라는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이 아닌 직장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업무 연관성으로 만난 그녀는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이도 같았고, 종교뿐만 아니라 성향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서로 통한다는 것이 뭔지 가르쳐준 친구였다. 그 후 그녀는 결혼과 함께 직장을 떠나 가정주부로 쭉 살고 있지만 언제나 전화해도 대화는 따뜻하고 자연스럽다. 20년 세월 동안 항상 좋을 수만은 없었지만 여전히 서로의 편이 되어준다.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그 삶은 잘 산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쉼을 제공한다. 그녀가 나를 믿어주듯 나도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친구'라는 두 글자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삶의 궤적 속에 별처럼 박혀있는 소중한 친구는 외롭거나 힘들고 지칠 때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옛말이 있다. 지금은 각자의 일상이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과거의 회상으로 파안대소하며 보낸 시간은 시들어가는 내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힘든 시간을 함께 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빛나고 윤택해질 수 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 할 때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보자는 친구들이 있어 바쁜 일상 속에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을 마주하더라도 어떡하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꺾이지 않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