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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07. 2023

엄마는 용감하다

롯데월드 방문기

개학을 앞두고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딸과 롯데월드를 다녀왔다. 방학기간 내내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방학이라 붐비겠지만 그래도 주말보다는 평일이 덜 복잡할 것 같아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이른 아침, 세종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출근시간대의 지하철을 지나 잠실 롯데월드에 도착했다. 개장 시간이 10시임에도 9시부터 줄을 섰는지 인산인해였다. 롯데월드로 가는 길, 교복 대여점이 보였는데 여학생들이 예쁘게 입고 한껏 모양을 낸 체 서있는 모습도 보였다. 10시가 되자 입장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먼저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뛰기 시작하자 안내요원들이 뛰지 말고 천천히 들어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개학 후 다시 오면 되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줄이 짧고 빨리 탈 수 있는 것으로 타자고 했다. 

아침 기온이 추운지라 실외가 덜 붐빌 것 같아 실외 놀이 기구부터 먼저 도전했다. 우리의 예상은 맞았는지 30분 만에 첫 탑승을 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스타킹도 입지 않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소녀들, 두툼한 겨울 옷보다는 봄옷 느낌의 얇은 옷을 입고 활기차게 다니는 사람들, 귀여운 머리띠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신나게 다니거나 외부 벤치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추위에 약한 편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했지만, 또한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젊은 자체만으로 빛나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놀이 기구를 타려니 겁이 났지만 딸 혼자만 타게 할 수는 없었다. 놀이 기구 특성상 두 명이 함께 타는 것이 많았다. 나이도 있지만 예전에 손목을 다친 이후로 굳이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은 편이다. 작년에 딸과 에버랜드에 갔을 때 딸 혼자만 타게 했더니 재미가 없다며 많이 힘들어했다. 이번에는 엄마가 용기를 냈다. 무섭긴 했지 남들도 타는데 '눈 한번 질금 감고 타면 되지 뭐!' 하며 딸과 함께 탔다. 탈 때마다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는지 딸은 의젓하게 나를 위로하며 자주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딸이 아니었으면 오지도 않았을 곳이지만 딸 덕분에 왔고, 버킷리스트는 아닐지라도 새로운 놀이 기구에 도전할 때 느끼는 쾌감이 상당했다. 오전 내내 실외에서 5개를 탔다. 이만하면 오늘 여행은 성공이다. 

점심으로 따뜻한 국물 밥을 먹고 싶었는데 딸이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 외에도 롯데월드의 메인 간식거리들을 사 먹었으니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결국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사실 놀이 기구보다도 긴 줄에서 기다리는 동안 딸과 나눈 대화들이 즐거웠다. 평소 집에서는 주로 '숙제는 다했니?' '식사는?'라는 간단한 대화만 나누게 된다. 물론 아침 등굣길 차로 태워가기에 차 안에서 딸에게 축복기도도 해주고, 딸과 대화도 나누지만 일방적인 나만 말할 때도 있다. 그리고 피곤해서인지 차만 타면 졸고 있어 가능한 말을 줄이고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말로써 전달되는 온도가 틀리다 보니 상처받고 오해할 때가 생긴다. 오늘은 꼼짝없이 딸과 광활한 공간 속에 오르지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니 기다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후 6시 전에 나왔음에도 무려 놀이 기구를 9개나 탔다. 

추운 데다 신발이 작아서인지 중간에 발에 쥐가 나서 잠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잘 놀았으니 감사했다. 건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만 둘이었기에 누릴 수 있는 좋은 점도 많았다. 빛나는 딸의 환한 모습을 온전히 나만 본 것 같아 미안하지만 딸과 함께 많이 웃었다. 아마 남편은 집에 있어도 우리 걱정에 마음 편히 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주어진 삶에 아쉬움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이제 딸은 중3이다. 딸의 긴 인생에 엄마와 함께 했던 추억이 별처럼 빛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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