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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08. 2023

챗GPT와 인간의 선택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래간만에 만난 후배와 점심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선배의 일상이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좋아하잖아. 글 쓰고 싶어'

'선배와 잘 어울리는데요!! 그런데 요즘 인공지능이 글도 잘 쓴다는데 그 길이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게.. 그래도 인공지능은 [인간성] 부분은 부족하지 않을까.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쓰고 싶어'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글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2014년에 제작된 영화 <her(그녀)>를 봤을 때만 해도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몰입되었지만 가상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만다는 아내와 헤어지고 혼자 사는 '테오도르'의 삶을 위로한다. 그에게 음악을 작곡해 들려준다. 그의 글을 모아 출판사에 보내 책으로 출판도 하게 해 준다. 그에게 공감과 사랑을 준다. 그 당시만 해도 감독의 상상력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유의 AI가 등장한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데 요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글로벌 인공지능연구소 오픈에이아이(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 지피티(Chat GPT)가 열풍이다. 논문을 써내고, 정책을 만들고, 로스쿨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할 정도라고 한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여러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수많은 운전사가 일자리를 잃고,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을 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했다. 미디어에 폭 빠져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딸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앞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이 영문 에세이 과제를 제출하면서 대화형 인공지능 '챗 GPT'를 사용한 사실이 발견됐다. 학교는 'GPT 제로'라는 프로그램으로 대필을 잡아내 관련 학생들의 성적을 '0'점 처리했다. 만약 기술이 더 발전해 인공지능이 쓴 글과 사람이 쓴 글의 구별할 수 없다면 어떨까?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나보다 더 나다운 글을 쓰고, 심지어 더 잘 쓸 수도 있다면.. 많은 책을 읽어도 금세 휘발되는 나와 다르게 수많은 데이터가 빼곡히 쌓이고 내 스마트폰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생활하며 접한 것, 보고 들은 것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이미 우리는 SNS에 뜨는 알고리즘 광고들에 놀라고 있지 않은가..


같은 집에 살아도 카톡으로 대화한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각자 자신의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인간의 대화는 불확실하고 위험하다. 대화 내용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거절당할 위험은 늘 도사린다. 반면 인공지능은 24시간 내내 곁에 있으면서 어떤 책임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AI는 인간보다 경쟁력이 있다. 언제든 접속 가능하고 필요한 정보와 위로는 주면서 불편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맞춤형 대화만 할 것 같다. 그 결과는 암울해 보인다. 인간은 타인과 대화를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책임감과 헌신을 배웠다. 영화 'her(그녀)에서 테오도르가 헤어진 아내를 회상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녀가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게 참 좋았어. 그러나 바로 그게 힘든 부분이었지. 함께 성장하다 멀어지고, 상대가 변하면 겁이 났어." 변해가는 상대를 보면서 불안감과 두려움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를 느끼고 수용하고 격려하면서 우리 자신도 성장한다. 바로 AI 가 줄 수 없는 인간만의 가진 정체성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큰 역량을 말한다면 새로운 문제 해결능력이다. 내가 뭘 알고 뭐가 부족한지 알고 대응하는 능력, 즉 메타인지(meta cognition) 역량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과거에 학습한 것만으로 답을 찾지만, 인간은 과거를 돌이켜보고, 반성하고, 새롭게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챗 GPT 같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한 능력으로 '질문'을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넣은 명령어에 따라 답을 준다.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질문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무엇일까. 잘 써지지 않을 때. 아니 쓰고도 내 글이 초라해 보일 때 내게 수없이 질문해 본다.

'너는 왜 작가가 되고 싶니?' '네가 좋아하는 이 일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겠니?'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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