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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17. 2023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많은 이들이 입 모아 "연진아"를 부르게 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었다. 파트 1과 2 공개일 사이에 100일간의 간격이 있었음에도 손꼽아 기다렸다. 유튜브에 올려진 파트 2에 대한 짤막한 영상들도 보면서 궁금증을 가졌다. 3월 10일 오후 5시 넘어 들어가 봤더니 파트 2가 다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나오자마자 정주행 했다. 밤에 정주행 하느라 잠이 부족하긴 했지만, 애매한 중간 마무리, 우연성 등 우려를 없애고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연결해서 드라마에 몰입감을 주었다. 

드라마의 묘미는 문동은(송혜교)이 작중 화자 시점으로 자신이 겪었던 학교폭력 피해와 고통, 복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연진에게 편지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한다. 이때마다 등장하는 '연진아'는 밈처럼 사용될 정도다. 파트 1에서 고데기로 괴롭히는 잔인함, 동은이 복수하기 달려왔던 시간들이 차분한 동은이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드라마의 성공적인 요인이다.

<더 글로리>에서 나오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동은이 말했듯이 자신의 자녀를 위해 목숨을 거는 어머니도 있고, 자신을 위해서는 딸도 희생시키는 모진 어머니도 있다. 딸인 동은을 기어코 찾아낸 엄마 정미희(박지아)가 동은에게 말한다. "핏줄이 그렇게 쉽게 안 끊어져. 동사무소가 서 서류 한 장 떼면 너 어디 있는지 다 나와. 어디 또 숨어봐. 내가 찾나, 못 찾나." 미희는 어린 동은을 방치하고 학대한 가정폭력 가해자다. 18년 동안 엄마와 연락을 끊은 채 살던 동은은 미희의 등장으로 또다시 끔찍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런 동은이 자신의 엄마에게 '당신이 나의 첫 가해자다'라고 울부짖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 나온 학폭이 청주에 있던 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인간은 참 나약하지만 잔인한 모습이 있다.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연진과 친구들의 비뚤어진 마음은 어디서 형성된 것일까.. 물론 이 세상에는 착하고 따뜻한 아이들도 많다. 동은의 마지막 글을 들으면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자기를 도와준 어른들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아무도 없는 그 외로움을 복수라는 목표 때문에 버티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학폭 대상자였던 친구 김경란은 동은과 대조적이다. 그들을 경멸하면서도 뛰쳐나올 용기도 없다. 동은이 경란에게 말한다. 

"어디서 살든 어떻게 살든 이만큼은 짊어지고 살아 그리고 나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있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있지 마"

동은의 복수 성공을 다 같이 환호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경란처럼 그 복도에 그 체육관에 머무른 체 아픔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동은이의 승리로 끝나야만 했다. '권선징악'은 그나마 세상을 살만하게 하니까..

'물이 차다 그치 우리 봄에 죽자'라고 동은에게 말하던 주인 할머니의 음성이 희망으로 들린다. 마음이 갑갑하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때, 내가 가장 외로운 사람처럼 느껴질 때, 드라마 속 명대사를 생각하며 버터야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나 보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마음에 봄 햇살이 들어오면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그것이 복수인데 욕망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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