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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30. 2023

빛속에서 어른이 되어갈꺼야(스즈메의 문단속)

얼마 전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딸과 함께 보고 왔다. 이 영화 내용은 여고생 스즈메와 대학생 소타가 지진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렸다. 주인공들은 재앙을 일으키는 붉은 기둥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봉쇄하는 데 목숨을 건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공간을 넘나드는 문 사용 방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닫고 일상이 반복되는데 재해는 일상의 단절을 초래하는데 작품의 모티브로 문을 활용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듯이, 이 영화는 2011년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무려 규모 9.0의 대지진이며,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였으며 방사능 누출의 대형사고까지 발생한 재난이다. 

스즈메는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이며 이 피해로 집과 가장 소중한 어머니를 잃어버렸다.  감독은 피해자 스즈메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겠습니다'로 문을 열고 나서며 했을 인사였지만, 결국 문을 닫고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라고 끝내지 못한 인사를 스즈메가 대신 문을 닫으며 "다녀왔습니다"로 끝맺음하는 모습은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스즈메의 '꿈'이라는 것 또한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회복과 치유의 여정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어린 스즈메는 재난 속에서 홀로 초원을 헤맸지만, 여정을 거친 후의 스즈메는 불가사의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어린 자신을 구해낸다. 감독은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위로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험난한 여정에서 고양이 '다이진'의 저주에 걸린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와 졸지에 '가출 소녀'로 보이는 스즈메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난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사람이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까지 중심이 되는 서사에 주변 인물에 대한 서사도 적절하게 섞어 개인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 스즈메가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통해 겪었을 감정 변화가 천천히 쌓여  마지막에 폭발되면서 해소되는 장면은 보는 내내 눈물이 났을 정도였다. 지진과 스즈메의 강한 연결고리도 좋았고, 스즈메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해소되는 모습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물 중심의 서사에서 사건 중심의 서사로의 전환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대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의식에 쌓여있는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해진다. 영화 초반에 어린 스즈메가 만난 사람은 스즈메의 엄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스즈메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또한 감동이었다.


어린 스즈메 : "누구세요?"     

현재 스즈메 :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
- 스즈메 문단속 영화 대사 중 -


스즈메는 '저세상'이라고 불리는 시공간에서 어릴 적의 자신과 만나게 되고 아픔의 기억을 힘껏 끌어안아주고 내려놓는다.

"스즈메,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나는 너의 내일이야."(어릴 적 자신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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