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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24. 2023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서 거리 두는 법

요즘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약간 흥미를 잃었다. 무슨 일인지 모든 것이 재미없고 새롭지 않다. 코로나 시기 동안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교육도 받고 자격증도 따며 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스마트폰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잔뜩 겁을 먹는 기계치였다. 그런 사람이 '디지털 튜터 1급' 자격증을 땄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평소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다. 늘 바쁜 아내를 보며 남편은 늘 건강 해친다며 걱정했지만 늘 뒤처진 것만 같았던 내가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선점하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코로나 당시 외부에서는 디지털 마인드 장착에 정신이 없었지만, 내가 다니는 직장은 '줌'사용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 나이 탓이나 하며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자유자재로 '줌'을 사용하며 북클모임을 인도할 때 나름 신났다. 


다만 빠르게 새로운 경험을 늘려가는 것은 좋지만, 나보다 앞서가나 새롭게 도전해 가는 누군가를 만나면 자꾸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보는 넘쳐나고 너도나도 자신의 멋진 경험담을 SNS 상에서 알리며 너도 할 수 있으니 어서 해보라고 압박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놓칠 것 같고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한 심리를 일컬어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fomo 증후군'은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추격하듯 달려가든 내 삶에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하지 말고 먼저 행동부터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들 속에 잠시 빠져나와 나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배우는 것을 잘 소화해서 되새김질해서 소화시킬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배움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나누고 싶은 좋은 마음도 있었다. 그것을 시작하는 것이 내겐 어려웠다. 멍석을 깔아주는 모임에 속해있어도 준비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내게 없었다. 점점 늘어만 가는 채팅방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도 뒤로 도망칠 수는 없다. 그동안 도전을 해왔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찾을 수 있었다. 뒤늦게 글 쓰는 삶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내 삶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경험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경험들에 시간을 쓰느라 진정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일까?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삶의 균형을 잃지 않은 것이다. 내겐 신앙, 사랑, 신뢰, 성실  등이다. 어디 것에 나의 시간을 많이 쓰느냐에 따라 내 삶도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데 나의 시간을 70% 이상 썼다면 이제 20~30%로 다운시키고 대부분을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당분간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거리를 두고 변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쓰고 싶다. 오히려 나의 삶이 소박하고 심플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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