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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Jun 06. 2023

글이 써지지 않은다면 함께 써요.

여러분들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하나요? 

몇 년간  책을 읽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내 책상에는 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구입한 책도 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많다 보니, 대출 기간 2주 안에 다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이유도 내 성격상 약속을 지키려는 속성 때문에  열심히 읽는다. 오히려 구입한 책은 시간 나면 읽어야지 하면서 점점 뒤로 밀린다.  책도 꾸준히 읽다 보니 속도도 빨라지고 좋은 책도 선별할 수 있다. 

직장인이라  나의 모든 시간을 독서에 투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은 그저 즐거움이다. 다만 글 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글을 쓰려면 잠을 줄이거나 책 읽는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책 읽기보다 글을 쓰는 일이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동안 어떻게 글을 써왔나 싶을 정도로 집안일을 마치고 책상에 앉으면 자꾸 정신이 몽롱해지며 졸음이 온다. 작년부터 시작한 새벽 기상을 지금도 하고 있지만 일어나서 잠시 줌(zoom) 수업이 끝나면 다시 잠자리에 든다. 체력과 집중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5월 중순쯤에 딸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딸은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 가고 싶어 했다. 코로나가 풀리자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데다 백신 접종 여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딸에게 일본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또한 여행을 다녀오면 다양한 소재거리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처음에는 자유여행을 계획했다가 일정을 꼼꼼히 준비할 수 없어 패키지로 바꿨다. 딸은 자유여행을 하고 싶어 했지만 패키지의 장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패키지라 일정이 타이트하긴 했지만  오사카를 비롯한 나라, 고베, 교토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고 유니버설스튜디오 입장권까지 주니 나쁘지 않았다. 저녁시간에는 일본 지하철도 타보고, 핫한 오사카의 도톤보리까지 가서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먹어본 '이치앤라면'은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기다리는 중에 여행 온 한국관광객들도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왔으니 블로그에 여행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 후유증인지 나이 탓인지 한국 도착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바쁜 직장 일에 내몰리다 보니 지금까지 쓰지 못하고 있다. 여행을 다시 떠올려보면 분명 좋은 시간이었지만 몸으로 체험한 일본에 대한 경험을 글로 잘 살리지 못했다. 딸의 시선에 멈춰있었고 많은 것을 보는 대신 내 것으로 소화하긴 시간이 역부족이었다. 딸은 쇼핑을 원해서 일본의 편의점에 들어가 블로그에 올려진 빵과 음료를 샀다. 어느 날은 새벽까지 돈키호테를 돌며 물건 사느라 분주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나온다. 일본 여행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행을 다녀오면 딸도 나도 뭔가 달려질 것이라 순진하게 믿었다. 지금까지 우리 둘 다 생활리듬이 깨져 헤매고 있으니 여행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비록 여행이야기는 못쓸지라도 일상의 이야기라도 블로그에 적어보려고 했는데 글이 완성이 안된다. 자신의 글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져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이전 글과 내 글이 그리 바뀐 것은 없을 텐데 나의 시선이 달라진 것인지 나에 대한 헛된 기대가 생긴 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매달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를 읽고 있는 문우님들에게 약간 내 상태를 드러냈더니 그 과정조차도 필요하다며 응원해 주었다. 그들과의 끈끈한 이어짐이 좋고 감사하다. 여전히 글 쓰는 일이 부담으로 느껴지지만 이제 초입에 불과한 예비 작가일 뿐이지 않은가... 

그동안 본 것, 읽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갈수록 글쓰기는 어려워지는 거지!!

이런 근원적 반항심이 갱년기와 맞물러 그 불안함을 가족들에게 드러낼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연민이 힘들긴 하지만 책 읽기는 멈추지 않았다. 잠시 글을 쓰지 못할 뿐이다. 글이라는 형태로 SNS 상에 올리지 않을 뿐이다. 어떤 이는 '글은 엉덩이로 쓴다'라고 표현하지만 틀린 말인 것 같다. 무작정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있다고 글이 써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괴감만 느낄 뿐이다. 여행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나만의 루틴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글을 써왔던 방식은 책과 신문 읽기, 영화 시청을 통해 나의 감성을 이끌어냈다. '신나는 글쓰기'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쥐어짜듯 사색하는 훈련을 해왔다. 직장에서 돌아와서 서둘러 집안일을 마무리해도 9시가 넘는다. 내가 머무는 침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 앉으면 몸이 노곤 해지고 밖은 어둡다. 그럼에도 무엇에 홀린 듯  숙제하듯 글을 쓰려고 했다. 


많은 작가들 중 여성들은 특히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글쓰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은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버리고 싶지만 말을 바꿔서 표현하고 싶다. '그럼에도 그들은 글을 썼다' 글쓰기 여정이 쉽지 않지만 작가들의 글을 통해 느꼈던 경이로움이 나를 살렸듯이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준다면 그래서 함께 갈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누가 뭐라든 잘 산 인생이라 표현하고 싶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의 마음으로 글을 쓰자. 이 과정 또한 지나갈 것이기에... 


책을 읽는다고 금세 글솜씨가 좋아지리라는 착각은 접어두자. 누군가를 따라 하면 그와 같이 되리라는 조급한 마음은 버리자.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1년은 매일 걷고 사유하고 글쓰기를 루틴으로 만들자. 습관은 게을러지고 싶은 나를 다독여 나를 제자리로 돌릴 것이다. 만약 혼자 할 자신이 없다면 글쓰기모임에 들어가서 함께  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아니면 일기라도 매일 써보자.. 지금 당장 저와 같이 시작해 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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