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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Jun 11. 2023

후배의 초대장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같이 일하는 MZ 세대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어요? 자신은 못 다닐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우리와는 직장을 대하는 자세부터 완전히 다르다. 한 직장에 머물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자신의 능력에 맞게 돈을 주는 곳으로 직장을 옮겨 다닌다. 

우리 직장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지만, 신앙인들이 모이는 카톨릭교나 기독선교회 모임도 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한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그렇게 지내온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 섬겼던 사람들이 개인 사정에 따라 떠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8인의 자매들이 주축이 되어 예배를 드린다. 사실 8명 모두 성격이 너무 다르다. 이런 지속적인 만남이 아니었다면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 것 같은 동료들이지만, 이런 다양함이 지금까지 직장 내 '기독선교회'모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지금도 출근하자마자 잠시 모여 각자 기도를 드린 뒤 서둘러 일터로 간다. 그런데 기도모임 리더를 맡고 있는 자매가 우리에게 카톡 초대장을 정성스럽게 보냈다.

뒤늦게 신학을 공부한 남편이 목사님이 되고 이제 작은 교회를 개척하고 싶다고 했단다. 긴 기도 끝에 시작한 교회가 벌써 1년이 흘렸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함께 와서 축하해 달라는 그녀의 초대장이었다. 그날은주일인 데다 각자 교회 섬김이 있어 고민이 되었지만 시간을 내어 참석했다. 상가 8층에 마련된 교회의 첫 느낌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단상에 여러 개 배치된 촛불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미술적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교회였다. 아직은 작지만 이 교회로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비전을 기대하며 기도했다.

참석 못 하신 분들은 축하 영상을 보내주셨는데 한 분이 이런 인사말을 하셨다. 

"1년을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버티네요"

다들 그 말에 웃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기에 두 분의 믿음과 용기를 응원해 드리고 싶었다. 아직 두 분이 일을 하고 계시기에 재정적인 부분에서 약간 자유함이 있었으리라. 다행히 두 분이 인복이 많아서인지 꾸준히 돕는 분들도 계셨다. 주일에는 시어머니를 도와 그녀는 성도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평소에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고 미각도 뛰어난 그녀에게 사모님의 자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당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은혜였다.


각자 본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서둘러 '함께 걷는 교회'1주년 기념예배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지난 1년간의 역사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설교하시는 목사님의 말씀도 성도님의 맛깔난 간증도 은혜가 되었다. 직장선교회에서 4명이 참석했는데, 최근에 암 투병 중인 동료도 참석했다. 치료 기간이 힘들었는지 그녀의 모습은 너무 왜소해 보였지만 다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예전 그녀는 테니스를 잘 쳐서 직장 상사들을 가르쳐 줄 정도로 건강했고, 그 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고 예쁜 자녀도 둘 낳았으니 참 부러운 사람이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였던 그녀가 덜컥 유방암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힘든 상황 앞에 믿음으로 이겨내고 있어 감사했다.

삶을 돌아보면 좋은 직장을 주셨고 그곳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믿음 생활도 할 수 있었으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서로 맞지 않아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좀 더 어른이 되면서 서로를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우리 앞서 귀감이 되었던 믿음의 선배들도 있었고 지금도 기독선교회를 아끼시고 기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제 남은 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후배들이 새롭게 세워졌으면 좋겠다. 지난 1년의 세월을 걸어온 만큼 앞으로 '함께 걷는 교회'가 이웃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착한 교회로 사람 살리는 역할을 계속 감당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런 작은 교회들이 이 시대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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