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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Oct 23. 2023

엄마의 바다에서 꿈을 꾸다

나의 첫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올해 6월 말  세종 시립도서관에서 하는 '인생과 철학과 지혜의 기록'이라는 12주 차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 나의 꿈이 현실화되었다.  처음 수업을 참석했을 때 내가 12주 안에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드디어 출간된 나의 첫 책을 받던 그날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이 없었다면 이후의 제2, 제3의 책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세종 시립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마련해 주었다. 함께 자서전 수업을 들었던 고 월출 선생님이 풍선으로 만든 꽃다발을 준비해 오셔서 기념회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내가 앉은자리 앞쪽에 처음 뵙는 남자 두 분이 약간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 계셨다.  "두 분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여쭤보았더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제가 여기 시립도서관장입니다. 이분은 이번 진행을 한 팀장님이시고요" 

  나는 놀래서 벌떡 일어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원장님은 며칠 전 새로 부임하셨다고 했다. 이렇게 축하드릴 수 있는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원장님은 "이 책은 ISBN를 받은 책이라 이제 어느 곳에 계셔도 찾아보실 수 있는 책이니 여러분은 이제 작가님이 되신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책 쓰기가 있었다. 책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사람이 책을 출판하려면,  SNS에 글을 꾸준히 올리다가 브런치나 출판사의 눈에 들어 연락을 받을 수 있고, 문예지에 공모해 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둘 다 쉬운 방법은 아닐 것이다. 아님  자비로 내는 수밖에 없다. 자비로 내려면 돈이 많이 들 것 같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자책을 살피고 있었다. 막상 전자책을 내려고 해도 주제 선정부터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자서전을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처음 수업에 참석했을 때 담당 교수님이 참석한 분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이 수업에는 어떻게 참석하셨나요?" 대부분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동기는 비슷하나, 어떤 분은 작년에 이 수업을 들었던 분의 추천으로 오신 분도 있었다.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고 싶었는데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려진 안내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어요"라고 나는 말씀드렸다.

   "12주 안에 자서전 책 한 권을 써서 내야 합니다. 도서관에서 나랏돈 써서 만든 프로그램이니 결과물을 내셔야 합니다. 하실 수 없다면 지금 마음의 결정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교수님은 우리를 보면서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사실 도서관에서 처음 공지를 봤을 때는 인문학 글쓰기를 배우는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모두 이 상황에 약간 당황스러워했다. 교수님은 돌아가면서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는지, 과제는 제출할 수 있는지를 물으셨다. 그런데  참석하신 몇 분은 자신의 삶을 책으로 내기에는 부끄럽다고 하시면서 수업을 포기하셨다.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을 만한 별 인생 이야기가 없다는 말씀이셨다. 나도 덜컥 겁이 났다. 과연 난 이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까! 그날  남은 사람은 나 포함해서 4분이었다. 내가 도전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참석하신 분들의 말씀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름난 사람은 아니지만 내 삶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 사람이 어떻게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나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내 삶이 정말 부끄러운가!" "내 자녀에게 남길 만한 엄마의 이야기는 없을까!" 결국 갈등의 기로에서 정예부대만 남았다. 

  나에 대한 물음이 이렇게 글을 쓰게 했다. 자서전 지도 교수님이 만다르트를 이용해서 우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끄셨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매주 과제 체크 및 우리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매주 체크해 주셨다. 덕분에 뜨거운 여름을 알차게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부모님에게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그 시간을 즐겼고, 강릉에 있는 바다 모래사장을 밟으며 달렸다. 어느 날은 부모님과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 퇴고 때는 밤을 새우기도 했지만, 내 마음은 뿌듯했다. 다만, 그 후유증으로 눈에 비문증이 와서 고생 중이다. 지금까지 책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내 눈에 늘 감사했는데, 비문증이 오고 나서는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뭐가 가려진 느낌이 든다. 그래도 건강하게 그 과정을 소화했고, 그 선물 같은 책 한 권에 내게 주어졌다.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한 친구는 다 읽었는데 내가 쓴 의도를 확실하게 이해했다. 나의 엄마와 나, 그리고 딸에게 이어지는 연결점에 강릉 바다가 있었다. 어쭙잖게 책을 냈으니 자칭 함께 출간했던 우리는 서로를 작가라고 부른다. 작가로 불리기엔 여전히 부끄럽지만 그 호칭에 감사하다. 사람들이 나를 작가라고 부를 때 오히려 책임감이 느껴진다. 다음번에 쓸 글을 구상 중이다. 언젠가 단편소설에 도전해 보고 싶다. 문예지에 작품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어떤 글을 쓸지 열심히 고민 중이다. 하루키처럼 한순간에 스치는 글이 떠오르기를 소망해 본다.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봤다.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그는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 내려간다. 그러나 자신의 시를 남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다. 그냥 생각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매일 메모해 놓는다. 그의 모습에서 글 쓰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저는 앞으로 글을 쓰고 싶어요.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랬더니 교수님은 "왜 글을 쓰고 싶은데.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작가라는 호칭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닌지 해서"라고 내 생각을 물으셨다. "작가라는 호칭 때문은 아닙니다. 글쓰기로 통해 뭔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 사람으로 남길 원해서요" 나의 대답에 교수님은 이렇게 조언해 주셨다. "지금부터 계속 자신의 글을 많이 써서 저장해 놓아요. SNS에 올리는 글은 일단 사람들이 보니까 뭔가 가식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만의 글을 많이 써놓아요." 교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처음 글을 쓰고 싶었을 때 '글쓰기 모임'은 도움이 되었다. 그분들의 글과 격려로 나의 글은 조금씩 다듬어질 수 있었다. 그동안 책도 많이 읽었다. 인풋이 되고 있을 무렵 이렇게 가장 어렵지만 쉬울 수도 있는 나의 자서전적 글을 쓰게 되었다. 내 이야기였고, 써야 할 이유가 있었고, 내 이야기니까 나만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첫 작품이고 내 인생에 대해 나를 토닥일 수 있어 감사했다


 책의 구성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부모님과 친언니마저 돌아가셔서 부모님의 삶을 좀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분명 마력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내게 남겨진 사진 몇 장만이 부모님의 유산이지만 언제든지 글을 쓰면서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딸은 자신의 친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다. 나의 부모님의 사진을 보여주고 함께 그분들이 계신 대전 국립현충원에 가긴 하지만 딸에게서 그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젠가 현진이가 더 성장하게 되면 이 책이 나의 부모님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 또한  위로가 임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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