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디시우시와 세체다 트레킹, 여행은 타협의 연속

by 서하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한 건 돌로미티였다. 사실상 이번 여행은 그곳이 주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밀라노로 입국한 이유 또한 그러했으니 그곳으로 향하는 마음은 얼마나 설레었던가. 그랬기에 이른 아침 일어나 오르티세이로 가는 마음은 한없이 살랑거렸다.


하루 종일 7유로 하는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참 어리석게도 이때까지도 내가 어디를 먼저 가는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분명 어디 어디 간다고 계획해 두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홀랑 까먹었다는 게 옳다. 가까운 곳에 케이블카가 보이고 돌로미티 슈퍼 섬머 패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무실을 발견하니 홀린 듯 그곳에서 구매를 마치고 곧장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 그렇게 길게 준비하고도 제 목적지조차 모르는 허술함과 안일함이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뾰족한 산 봉우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아, 여기가 세체다가 아닌가 봐 했다. 그랬다. 우리가 먼저 도착한 곳은 돌로미티 서쪽 산군을 조망하면서 트레킹 할 수 있는 알페디시우시였다. 여기서도 어리바리함은 또 빛을 발했다. 6번 트래일만 따라가면 된다고 하여 그것만 딱 생각하고 왔는데, 이쪽도 6번 저쪽도 6번이 아닌가. 이리저리 눈치싸움을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꼬리를 물었다. 다행히 선택은 옳았고, 우리는 왼쪽에 알페디시우시의 멋진 풍경을 두고 천천히 걸음을 뗐다. 멋진 산들이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쨍한 하늘이 기분을 날아갈 듯했다. 덕분에 걸음은 한없이 가벼웠고,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열 걸음 걸으면 사진 한 장을 찍고, 또 스무 걸음 걸으면 사진을 찍으며 걸어갔다. 둘이 한 프레임에 담겠다고 삼각대를 세워두고 타이머를 기다렸는데 핸드폰이 옆으로 쓰러져 있는 걸 지나가던 외국인이 알려준 해프닝마저도 그저 즐겁기만 했다. 엉겁결에 먼저 도착했지만 이곳을 돌로미티의 첫 행선지로 알페디시우시를 삼은 건 정말로 탁월했다고 자평했다. 그야말로 천상의 풍경을 거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문제는 동행한 그녀의 체력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리프트를 탈 수 있는 HOTEL REST SONNE 가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그건 결국 세체다에 가서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멋진 풍경만 감상하다가 오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래도 노란 민들레가 피고 뾰족한 산봉우리가 멋진 산을 직접 볼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한편으로 이번 여행은 무엇보다 그녀의 체력과 잘 타협하여 다녀야겠다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사람인지라 안타깝게도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참으로 어려웠지만, 원래 발맞추어하는 여행이 다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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