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아우론조 산장, 알프스에서 보내는 하룻

by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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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여행 중 하루는 꼭 산장에서 숙박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이탈리아의 알프스에서 하룻밤을 꼬박 보내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두었던 곳은 돌로미티의 꽃이라 불리는 트레치메를 조망할 수 있는 로카텔리 산장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차를 세워두고 2시간은 걸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나야 그렇다치는데 그녀가 과연 그만큼 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니 괜한 무리는 안 하는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그리하여 결정한 게 트레치메 주차장 초입에 자리한 아우론조 산장이었다. 그곳은 차에서 내려 3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고, 여차했을 때 내가 트래킹하는 동안 그녀가 혼자 쉴 수 있는 여유를 줄 베이스 캠프가 되어주리라 셈한 것이었다. 산장은 여름에만 숙박이 가능한데 그해 첫달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나마 로카텔리 같은 경우는 해당 사이트에서 가능하지만, 아우론조는 오로지 이메일로만 숙박 예약이 된다고 했다. 해서 날짜를 세다가 1월이 되자마자 곧바로 숙박을 예약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조마조마했던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고, 예약은 손쉽게 끝났다.

심지어 산장 매니저는 예약금을 요청하지도 예약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곧 보자는 짤막한 인사만 남겼을 뿐이었다. 정말 예약금은 없어도 되느냐 물으니 그렇다는 답변까지 보내놓아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8월 11일 그토록 고대하던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했다.


커다란 돌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흰 건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고, 여느 호텔 같은 느낌이었으며,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이도록 커튼이 없다는 점이나 공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욕실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건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앞에 별 거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해가 쨍쨍할 때 다녀왔던 카디니 디 미주리나의 멋진 풍광도 아우론조 산장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이곳에서 그곳까지는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았기에 산책 삼아 다녀오는 것도 충분했다. 그녀 역시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시설보다 더 놀라운 건 식사였다. 곳에서는 아침과 저녁을 제공했는데. 두 끼 모두 높다란 산에서 먹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했으며 맛도 좋았다. 또하나 이곳에서의 잊지 못할 기억이라면 온 밤하늘을 수놓던 반짝거리는 별과 막 시작되던 하루를 고요히 지켜보던 아침의 시간.


이른 시간부터 이동하여 라가주오이와 카다니 디 미주리나까지 다녀오고 저녁 식사를 하며 먹었던 맥주 마셨던 여파로 설익은 잠에 들었던 나는 밤 10시를 넘겼을 때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확인해보고는 이곳에서 숙박하고자 했던 이유를 잠결에도 떠올리고 눈을 비비며 바깥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어둑한 밤 하늘에는 설탕처럼 달콤하고 흰꽃처럼 해사한 별들이 총총 반짝이고 있었다. 비록 안개처럼 온통 하늘을 뒤덮은 구름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어도, 잠 기운이 묻어난 얼굴로도 꾸역꾸역 보겠다고 나온 어리숙한 여행자를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다음 날에는 일찍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왔다가 아침이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산세를 뒤덮는 풍경을 보았다. 내가 이토록 멋들어지게 알프스의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이곳에 왔구나 새삼스러운 설렘이 슬그머니 가슴을 간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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