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Jun 06. 2022

산촌에 내 집짓기(9)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운명적으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우리는 토목공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내가 아무리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20년간 실무에 종사하며 내공을 쌓았지만

토목이나 건축은 경험 없는 초짜잖아요.

^^


그런 내가 겁 없이 토목공사에

발을 뗄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지인 덕분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부모님 집에 세를 얻게 된

202호 세입자가 화천 사람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포클레인 지게차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업으로 하시는 분이었던 겁니다.

ㅎㅎㅎ


공사 전 마지막 여유를 즐긴 가을입니다.


세상 참 좁죠?

하필 세입자의 가족이 화천분이라니.

게다가 우리 집 짓기의 포문을 열

토목공사의 가장 첫걸음인

포클레인 기사님이시라니.


그렇게 우리는

2021년 10월,

내 집 짓기의 첫 삽을 뜹니다.


그게 딱 땅을 구입하고 8년 만의 일입니다.

^^


제일 먼저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공지부터 했습니다.

드디어 집짓기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큰 차가 다니고 소란해도 놀라시지 말라고

마을분들께 잘 말씀해 주세요~~~

라고 상냥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장 오른쪽 아래사진이 진입로 개울물 흐르는 곳입니다.


망가진 곳, 굽은 도로, 패인 도로, 

튀어나온 구조물 등등.

우리가 공사하며 망가트렸다고 하면

곤란하니까요. ^^;;


이제 준비 끝났으니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기로 합니다.

작업을 위해 하루 전

어마어마하게 큰 포클레인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202호 세입자 아버지의 포클레인이죠.

ㅎㅎ


정말 크죠?

보통 알고 있는 6W보다도 큽니다.

우린 저 아이를 골리앗이라고 불렀답니다.


토목 계획안이 나왔으니

나무와 잡풀로 뒤덮여있는 땅을

집터로 만들어야겠지요.


나무들을 뽑고 잘라내고

땅을 뒤집어엎으며

골리앗이 우리 땅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습니다.

저 녀석이 있으니

그 크던 우리 땅도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더군요.


8년 전에 나무 두께 1cm도 안 되었던 메타세쿼이아가 이렇게나 자라서 너른 그늘을 만들어준답니다.  죽지 말라고 뿌리와 흙까지 잘 떠서 옮겨 심었습니다.



첫 작업은 진입로 개울 위로

임시다리 설치하기였습니다.

강까지 흘러가는 개울물이

우리 땅 진입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작업용 큰 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콘크리트 흄관을 심고 흙을 덮어

임시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저 자리에 군에서 정식 다리를 만들어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


진입로가 완성되고

집터까지 가는 도로와 집터를 닦습니다.

집 두채(J네도 함께 허가를 받았습니다.)와

진입도로까지 하면

개발범위가 700평 정도 됩니다.


토목 계획을 잡을 때

최대한 땅 모양을 살려야

경사면 발생이 적고

흙이 흘러내리는 것 방지를 위한

돌 쌓기 면적이 줄어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도로 면적이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붉은색이 전부 도로입니다. 집터보다 넓죠? ㅠㅠ


토목설계회사에서 설계전 물었습니다.

흙 흘러내림 방지를 위해

돌 쌓기를 할지? 보강토 쌓기를 할지?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꿈꾼 저에게

보강토라니요?!

너무 삭막하잖아요...라고 말하며

우리는 꼭 돌 쌓기,

그것도 자연석 쌓기를 하겠다고 우깁니다.

물론 비용을 미리 산정해보니

큰 차이가 없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도로에 내줘야 하는

땅의 면적이 늘었습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작업 7일 만에

땅이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집터 두 곳과 긴 진입도로.

설계도로는 감이 안 잡히던 땅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 집터가 될 땅의 위치도 영접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숲 속 깊이 들어오느라

전기도 물도 도로도 없는 곳을 구입해서

토목공사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대지를 잘 닦아서 판매하니

우리가 한 토목공사는 패스하실 수 있습니다.




터는 닦았으니

이제 보강토 작업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자연석이 아닌 보강토가 등장해서 놀라셨죠?

ㅜㅜ


실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답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던 마을길에 '수로' 기억하세요?

흑!

수로가 우리의 발목을 또 한 번 잡았습니다.


어떤 자연석으로 할지

행복에 들떠 돌도 고르고 가격도 비교해가며 참 바빴는데

돌을 싣고 오는 25톤 덤프트럭이

그 수로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어떡해요?"


25톤 덤프 운임이 60만 원

진입 가능한 15톤 덤프 운임 50만 원

물량은 10톤이나 차이 나는데

금액은 겨우 10만 원 싸다니.


돌값보다 운임이 더 들게 생긴 겁니다.

그리고 우리 상황은 돌도 작은 돌은 소용없고

커다란 돌이 와야 하는데

15톤에는 돌 세, 네 덩어리 밖에는 안 실린다네요.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대안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석 버리고 보강토로 갈아타!!

ㅠㅠ


그리하여 철옹성 같은 보강토가

우리 땅에 진입하게 됩니다.


토목설계에 맞춰

보강토도 쌓고

콘크리트 플륨관도 묻었습니다.

산사태 무섭고

기후변화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비도 무섭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상책입니다.



자재는 인터넷을 검색해

여러 곳을 비교해보고

운임 조건이 좋고

가격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싼 곳을 골랐습니다.

플륨관과 보강토 모두 콘크리트 제품이므로

대부분 한 회사에서 취급했습니다.


다행히 나름 규모도 있고

일도 잘하는 담당자를 만나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물건을 발주하고, 받고 했습니다.


종일 선선한 가을 날씨 만끽하며 시작했는데

보강토를 쌓아 올리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져서

어떻게 가을이 지나 간지도 몰랐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참 많은 변수들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우리의 변수는

갑자기 나타난 물웅덩이들이었습니다.



산이고

오래전에는 논이었던 땅이다 보니

이렇게 땅을 팔 때마다

물이 나와서

^^;;

물길을 내주고 물을 빼주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사일정이 자꾸 늘어나고

밤동안 얼었던 땅이

낮이 되면 녹으며 질퍽해져서

현장은 그야말로 진흙 구덩이였고

그 질퍽이는 땅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골리앗은

고전을 했습니다.


당연히 일은 더디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겠죠?

다 돈입니다. 흑!


저기 잘 쌓아 올려진 보강토가 보이시나요?

쭉 뻗은 도로는 우리 집 들어가는 길,

우측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J네 집 들어가는 길입니다.

4일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10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전원주택 #포클레인





작가의 이전글 산촌에 내 집짓기(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