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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n 07.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0)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토목공사를 마치니

11월이 훌쩍 넘어있었습니다.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시죠?

그 가을에 바람 따라 낙엽 따라

여행을 다녀야

글 쓸 힘을 얻는 나에게

이번 가을은 잔인했습니다.


터 만들고 축대 쌓는 거면

길어도 3주 잡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앞에서 말씀드렸던 변수들,

마을 진입로의 수로 때문에

자재를 현장으로 반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소운반을 해야 하다 보니

공정이 늘어졌고,

땅을 팔 때마다 나오는 물웅덩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길을 내주고 유공관 묻어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고,

날이 추워지며 질척해진 땅 때문에

골리앗의 이동이 쉽지 않아서...

결국 7주 동안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도 일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여행은 가당치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갈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던 터라

애가 타 있었습니다.


공사가 되어가는 걸 보니

딱 공사 끝나고 여행 가면 될 각이 나오더군요.

아싸! 나 거제도 가는구나!!

... 하고 마음이 들떠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기야. 저기 보강토 좀 봐.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봐도 여섯 단을 쌓아 올린

가장 아래의 보강토가

앞으로 기운 것 같아 보이는 겁니다.


"설마. 저 무거운 게 밀렸다고?"




보강토 50cm*100cm짜리 한 장이 대략 300kg입니다.

자체 무게도 어마어마한 저 아이를

자그마치 여섯 단이나 쌓아 올렸는데

그게 밀릴 리 있겠어?

...라고 안일한 생각을 합니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현이지요.

ㅠㅠ


그런데 수직을 제어 보니

허걱!

앞으로 쏟아져있었습니다.


높이 3m에 길이 40m인 축대입니다.

튼튼하게 쌓여있으면 옹성 같지만

그 아이가 무너진다고 생각해보세요.

대형사고입니다.

아니 대형 참사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회의했습니다.

좋은 수가 없을까 잔머리를 굴려보았지요.

하지만 답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재시공!]


결국 재시공하기로 결정합니다.

오랜 시간 작업했고 고생했는데

그걸 다 철거하고 다시 해야 한다 생각하니

암담하더군요.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까.

눈물을 머금고 재시공에 들어갔습니다.


1. 축대 쌓을 기초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2. 보강토 한 단에 자갈을 채워 넣고

3. 다짐 기를 이용해 땅을 다지고

4. 보강토 두 단에 한 번씩 매트를 깐 다음

5. 그 위에 다시 보강토를 쌓아야 합니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다지기
매트 깔기
보강토 올리기


그런데 우리는

1, 3, 4를 생략했습니다.


"에유, 안 해도 돼."

...라는 지인의 말씀 때문에...

그리고

"저렇게 무거운 게 쓰러지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


진즉 끝났어야 하는 토목공사가

재시공과 함께 늘어지며

저는 거제도행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얼마나 별렀던 여행인데... 흑.


건축 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 아시나요?

내 집을 짓고 싶은 많은 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지평집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바로 예약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기함을 했더랬습니다.

1년 치 예약이 풀로 차 있는 게 아니겠어요.

허윽!


한 번 가보고 싶은 꿈을 접어야 하나?

하고 막 아쉬워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지평집 잡았어! 가자!"



세상에나!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워 보이던

숙박 기회를 잡다니.

나 만큼이나 떠나고 싶었던

친구의 간절함의 승리였습니다.


지평집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역시나 내 집을 짓기 위함이었습니다.

원했던 컨셉과 일치하는 곳이었죠.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의 조화로 빚어진 집

땅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연결되는 집

흔들리는 갈대 사이로

바다의 물결이 반짝이는 집

참고로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집을 보면

내 집을 디자인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가고 싶었겠습니까. ^^


그런데 역시

하늘은 저를 버리지 않더군요. ㅎㅎ


콘크리트 타설 후 양생을 위해

공사 진행을 멈춰야 했던 시기

딱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예정대로 거제도로 휘리릭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공사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은

간만의 일탈로 휴식기를 갖습니다.

그리고 집 내부 디자인의 감도 잡게 됩니다.




많은 집을 보고

많은 인테리어를 보고

많은 자재들을 보고

많은 경험담을 듣는 거!

내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충전 만땅으로하고

다시 화천으로 돌아와

재공사를 마치니

12월 중순이 되어있더군요.


더 하래도

이제는 추워서 할 수 없을 때

토목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을 보내고

우리는 내년 봄을 기약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

화천은 4월이 되어야 땅이 파지니까

우리 집 공사도 4월이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답니다. ^^;;


긴 휴식 기동 안

우리는 열심히 건축박람회에 다니고

자재 전시장도 다니며

열심히 집짓기 공부를 했습니다.



공사를 시작하면

길게 5, 6개월은 꼼짝 마라이니까

예쁜 카페도 찾아다니고

계약한 소설도 부지런히 썼고

여행도 부지런히 다녔죠.




토목공사를 마치며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건축현장은 인테리어 현장과는 판이하다.]


외부에서 하는 공사이다 보니

자연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고

더군다나 도시가 아닌

지방의 작은 시골에서 공사해야 하니

인력수급 자재수급의 문제

고스란히 받아야 했습니다.


2개월간의 토목공사 경험은

본격 집 짓기에

아주 큰 밑거름이 됩니다.





<11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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