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Jun 09.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1)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집 짓기에 앞서 설계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나만의 집을

수십 채 수백 채 지었다 허물더라도

몇 가지를 꼭 정해야만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골조를 무엇으로 하느냐이겠죠.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 집을 짓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
샌드위치 패널 구조
목구조
ALC 블록 구조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해지으시는 분들도 있고

목조주택을 희망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은 ALC 블록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화천은 누누이 말했지만

여름은 무지 덥고 겨울은 무지 춥습니다.

이곳에서 군 생활하신 분들은 아마

아주 잘 알 겁니다. ㅎㅎ


그래서 단열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엄청 비싸잖아요.


"저렴하면서 단열 잘 되는 집 없을까?"


그렇게 우리가 선택한 건

ALC 블록 집이었습니다.


ALC 블록 주택단지

자재 단가도 저렴하고

시공 단가도 저렴하고

심지어 골조 완성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걸리니

이렇게 좋은 자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블록이 수분을 품고 있어

집을 짓고 1년에서 2년은

습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점.

ㅠㅠ

(우리는 성능 좋은 난로를 땔 거니까

습도 정도는 잡아줄 수 있어!!

...라는 나름의 자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구조재들보다 훨씬 저렴하니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

마음을 확고히 먹고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

ALC 블록으로 집 짓는 방법에 대해

무지하게 공부를 했답니다.


제가 보기에 남편은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ㅋ


그런데 난관에 봉착합니다.

ALC시공업체 선정을 위해

현재 공사 중인 현장으로 찾아가며

업체 두 곳을 만나봤는데

시공법도 영 맘에 들지 않고

견적가는 예상 금액의 배나 되는 겁니다.




싸다고 해서 1,2년 고생할 거 감수하고 택한 건데

이리 비싸면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냥 돈이 좀 들더라도 시공능력 검증된 팀에 맡기자!"


남편의 말이 일리가 있어

우린 좀 유명한 시공업체에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헉!

그런데 비싼 건 차치하고

공사 스케줄이 안 나오는 겁니다.

히잉!!!

내년 봄에나 시공할 수 있다는데 암담하더군요.


미리 잡아본 공사기간입니다.


서울이나 도시였으면

공사기간 잡는 게 이리 길지 않았을 겁니다.

지방 소도시는

업체를 구하는 것도

업체를 구슬리는 것도...ㅎㅎ

다 쉽지 않은 일이라,

거기에 날씨도 도와줘야 하고.

하여 공사 기간을 나름은 좀 길게 잡은 거였는데

아예 착공 자체를

23년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도 시공 잘하고 믿음 가는 업체에

집을 맡기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우리는 집 짓기를 미루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보았답니다.


그러고 나서 고대하고 고대하던

업체의 견적을 받아 들게 됩니다.

허걱!!

이 견적 리얼?

대체 그간 ALC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보고도 듣고도 믿기지 않는

견적가가 도착하고 맙니다.


여기서 잠깐!

8년 전 땅을 샀을 때만 해도

인터넷에서는 유행처럼

[1억으로 내 집짓기]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정말 1억으로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거야?

되기는 하더군요.

우선 집의 평수는 아담해야 했고

집주인이 모든 공정에 힘을 보태야 했고

공사기간이 무한정 길어져야 한다는....

ㅠㅠ


우리가 원한 건 1억의 내 집이긴 했지만

이런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다녀야 했고

나에게도 나의 일이 있으니까요.


집짓기 위해 연월차를 빼고

생전 해본 적 없는 노동을 하며

몸 망가져 마음 망가져

시간 버려 돈 버려....

휴~~~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원한 집 짓기는

모든 공정별 가성비 좋은 자재와

업체를 선정해 최소한의 수고비를

들여 꿈의 집을 짓는 거였습니다.

(우리의 무식한 노동력을

대신해주시는 능력자들이니까!)



9년 전 서울에 지어 올린 콘크리트 구조 빌라입니다. 시부모님 사시던 40년 넘은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어 올린 겁니다. 이때 공사비가 평당 400만 원이었습니다.


철근콘크리트로 집을 지으려면

8년 전만 해도

평당 350~5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이건 내 외장공사까지

모두 포함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인테리어는 없이 그냥 일반적인!


하지만 8년이 흘렀고

자재비와 인건비가 모두 상승했죠.

거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21세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년 초에는 요소수 대란으로

트럭, 중장비 등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들에 비상이 걸리며

자연스레 장비 이용료가 상승했고

전쟁의 여파가

이제는 원자재 수급의 문제로 번져

자재단가 상승,

덩달아 인건비 상승까지...

ㅠㅠ



하필 우리가 집을 지으려는 이때에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걸까요.

착하게 살면,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걸로 남편과 나는 위안을 삼으며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리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버텨왔는데

꿈의 집을 지으려는 이 시점에

세계적 시국이 안 도와주네요.

흑!


여하튼!

이제는 35평의 집을 지으려면

2억 5천만 원은 들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물론 이건 제가 직접 공사를

진행했을 때의 금액일 겁니다.

통으로 건축업자에게 맡기면

이보다 1억 5천만 원에서 2억은

더 나오지 싶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에 비추어본 예상입니다.>


그렇다면

눈여겨봐온 ALC 블록 집은 얼마나 들까요?

2019년에 집을 지은 지인에게 물어 확인해보니

35평의 집을 지으려면

약 1억 3천만 원이면 넉넉하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단점을 껴안고 ALC로 지으려 했던 건데

2021년 받은 견적은

평당 350만 원!

그러니까 골조공사만

35평 기준 1억 2천이 넘는다는 겁니다.

ㅠㅠ

거기에 내장 외장공사와

조금 신경 써서 인테리어까지 한다면...

헉!!!

결국 2억을 넘기는 금액이 들 거라는 결론이 나왔죠.

사악해진 공사금액

남편과 난 까무러칠뻔했습니다.


아! 집 짓기를 포기해야 할까?

시골집에 큰돈 들이는 거 아니라는데.

물론 그 시골집이 우리에게는 주 거주지이지만.

참 여러 가지로 고민되는 날들이었습니다.




<12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ALC

작가의 이전글 산촌에 내 집짓기(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