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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n 04. 2022

산촌에 내 집짓기(8)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우선 작은아이를

화천고등학교 기숙사에 입사시켰습니다.

농막이 있기는 하나

생활하기에는 다소 비좁고

난로가 있지만 겨울은 무척 춥거든요.


다행히 아이가 기숙사 입사를 수락했고

생전 떨어져 본 적 없는 아이를

덜컥! 기숙사로 보냈습니다.


군대 가는 것도

유학 가는 것도 아닌데

아일 넣어주고 돌아오는 길

남편과 저는 한동안 침묵했습니다.

ㅠㅠ


앞 이야기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 입사하던 날 눈이 펑펑 왔습니다. ^^;;


살던 집 전세 만료가

같은 해 9월이었으므로

빠르면 가을에 착공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2021년이었으니

딱 8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일부를 손에 쥐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더군요.


이제 토목설계 사무실에 찾아가

토목 설계도 의뢰할 수 있게 되었고

장비 불러

당장이라도 땅 만들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집 짓기에 돌입합니다.


토목설계회사는

일부러 화천읍에 있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정말 운명적으로 알게 된

지인의 조언을 바탕으로

많은 토목설계 회사 중

가장 일처리가 빠르고 깔끔한 곳을 소개받았고

그곳에 찾아가 의뢰하게 되었지요.


서울이나 춘천 업체에 의뢰할 수도 있겠지만

여긴 지역사회!

화천군청에 입김이 잘 먹히는

현지 업체를 선정하는 게

우리 같은 외지인에게는 유리합니다.


그렇게 업체를 선정하고

땅의 지번을 알려주며 토목 설계를 의뢰합니다.

의뢰 후 설계자가 다녀가고

며칠 안에 계획도가 나왔습니다.


빨간 선은 진입 도로 경계선입니다. 도로가 어마어마하죠. ㅠㅠ


방문했을 때

집은 여기 앉히고 싶고요

도로는 이쪽을 이용하고 싶고요....

뭐 이런 식으로

전반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죠.


그리고 건축설계도서도 함께 들어가야 하니

건축설계회사를 선정하라고 하길래

허가 잘 받아주고 업무처리 빠른

함께 일하시는 건축설계사무실을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손발 잘 맞는 회사들이니

오죽 일처리 깔끔하고 빠르겠어요. ^^

실제로 그러했고요.


땅을 사고 집을 짓기 위해

수백 채의 집을 머릿속에 지었다 허물었습니다.

ㅎㅎㅎ

그러니 이미 제 머릿속에

우리 집 설계안은 다 나와있었겠죠.

그걸 저는 도면화했습니다.



제가 실내건축을 전공하던 시절에는

전부 수작업으로 도면을 그렸기에

^^;;

이번에도 수작업으로 스케치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A3 사이즈 방안지 사서

스스로 살고 싶은 집

너무나 갖고 싶은 집

설계는 직접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


처음에는

시골집은 작게 만들어야 후회 안 한다는 말을 듣고

20평대로 계획했었습니다.

평수가 작으면 공사비도 적게 드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아무리 디자인을 잡아봐도

20평대는 너무 작았습니다.


좁은 현관은 답답해서 싫고

화장실 하나는 낭패를 여러 번 겪어봐서 싫었고

냄새나는 음식을 오픈된 주방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고

호텔 같은 욕실을 갖고 싶다는 남편의 주문도 있었고...

하여 결국 우리 집은 35 평이되고 맙니다.


허가서류 나오기 전까지

남편은 우리 집이 20평대인 줄 알았죠.

ㅎㅎ


내 집을 지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많은 집들을 찾아보고 정보를 검색하며 준비했답니다.


일주일 후

초안이 나오고

의도했던바와 다른 곳이 없는지 확인 후

이대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7월

드디어 우리는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신고필증]을 받습니다.

얇은 책 한 권 분량의

서류들과 토목 설계도를 보니

감격이 밀려오더군요.


그리고

높낮이도 다 다르고

수풀에 가려져

도무지 알 길이 없던 땅의 모습이

어느 정도 윤곽 잡혀서

답답함이 아주 조금 해소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림이 그려질 뿐

어떤 모양이 나올까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죠.



신고필증을 주면서 토목설계회사에서

이후 진행해야 할 일들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측량의뢰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토목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서

토지 측량을 신청했습니다.


신청 후

[한국국토정보공사] 화천지사에서

측량기사들이 나와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땅을 측량합니다.


물론 사전에 연락이 오고

함께 날짜 조율 후 방문합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분할측량만 신청하였는데

너무 오래전에 경계측량을 했으니

이번 기회에 집 지을 땅 만이라도

경계측량을 다시 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아

분할, 경계측량을 모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마을분들이 임의로 사용하던 숲길도

일부는 우리 땅이기도 하고

땅이 끝나는 지점도 가물가물하고...


그래서 우리는

철근으로 만든 큰 말뚝을 구입해

빨간 깃발을 달아 준비했습니다.

측량수행자분들이 꽂아주는 작은 말뚝은

풀이 자라면 잘 보이지도 않고

쓱 잡아당기면 빠져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측량하는 날

우리는 따라다니며 풀도 베어주고

말뚝 위치에

미리 준비한 큰 말뚝을 꽂아 넣으며

땅의 크기와 모양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측량 8일 만에

[지적측량결과부]가 나왔습니다.

결과부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정말로 집 짓기에 돌입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잠깐!

다들 아시겠지만

맹지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땅을 구입할 때는

필히 내 땅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형성되어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땅 사놓고 행복했던 사람이

진입로 때문에 분쟁 일어

여러 가지로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보았답니다.


9월.

드디어 토목공사에 착수합니다.



<9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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