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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n 14.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3)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오늘 대문은

작년 가을 질퍽한 땅에서

고군분투 중인 골리앗 사진입니다.

이른 새벽,

짙은 안갯속에서 일을 시작했던 날이네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서~~ ^^


이런 땅을 경험하고

어찌 도로부터 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착공허가 떨어지자마자

도로부터 깔기로 한 겁니다.


본격적인 오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도로를 깔았다고 하니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하시죠?

돈 많이 들었냐고요?

많이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집 짓는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실제 시공가입니다.


도로만 자그마치 150m입니다.

어마어마하죠.

도로는 터 만들 때 포클레인으로  이미 다져 놓았고

그 위에 4m 폭으로 틀을 대면

아주 간단하게 준비작업이 끝납니다.

레미콘을 타설 할 때

와이어 매쉬를 넣으며 다져주고

경사가 있는 도로이니

조금 거칠게 미장하면 마무리.

빠르게 굳으면 크랙이 많이 가니

비닐을 덮어줍니다.


틀 만드는 날 두어 시간.

레미콘 타설 하는 날 두어 시간.

다음날 틀 떼어주는 작업 잠시.

공정 간단하죠?

우리는 도로가 길어서 하루에 다 못하고

두 번으로 나누어 시공했습니다.


콘크리트 두께가 20cm나 되니

레미콘이 115루베나 들어가더군요.

(참고로 레미콘 1대에 6루베입니다.)


그나마 위의 단가는

정 사장님의 조언대로

레미콘 회사에 미리 선불을 한 뒤 받은 터라

오르기 전 단가를 적용받았답니다.

(참고로 지금은 루베당 96,000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나마도 물량을 재 날짜에 받기 위해서는

일주일 대기를 걸어야 한다는군요.)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이야말로

유용한 쓰임이었지요.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철근도 미리 사놓았습니다.

자재 단가가 오른다고 들썩일 때여서

미리 사놓기가 가능했습니다.


철근은 필히 품질 확인을 해야 합니다.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두께가 건축허가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 등등.


콘크리트를 붓고

10일 이상 양생을 했습니다.

업체 사정상 좀 길게 양생 했는데

덕분에 땅은 더 견고 해졌겠죠. ^^

도로만 만들어졌을 뿐인데

마음이 다 뿌듯하더군요.


온 산이 연둣빛으로 물들던 5월 7일.

드디어 20일간의

구조공사에 돌입합니다.


제가 작성했던 공사일지입니다. 예전처럼 근무하는 기분으로 쓰고 싶지 않아 약식으로 만들었지요. ^^;;


기초공사에 앞서

임시전기 신청을 했고

바로 정화조 묻기를 했습니다.


임시전기는

전봇대에 계량기를 설치해

공사기간 동안 전기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기업체가 대행하고

한전에서 몇 번 안전 체크를 하러 나오고 난 뒤

계량기가 설치됩니다.


본격적인 구조공사에 들어가면

전기를 사용해야 하니까

필히 제일 먼저 신청하셔야 합니다.


그러고 난 뒤

집 앉을 터를 미리 잡고

정화조 묻을 자리를 잡아야겠죠.

설계대로 진행하시면 제일 좋지만

언제나 현장 치수라는 게 있으니까

현장 상황에 맞춰 살짝 변경하셔도 무관합니다.


우리 집 정화조는 폭기식 정화조

자체적으로 미생물을 생성해

정화되어 하천으로 흘러나가는 형식입니다.

말하자면 친환경식 정화조죠. ^^;;


마을에 들어와 있는 오수관에

배수관을 바로 연결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수관이 전기처럼

우리 집터에서 400미터는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있는 관계로

우리는 폭기식 정화조를 설치하는

조건하에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이것 역시 나중에 민원을 넣어

오수관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정화되어 나간다지만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될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




정화조를 설치하고 나서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준공허가가 떨어지는데

이건 콘크리트가 들어올 때 붓기로 하고

일단 정화조업체는 철수합니다.


이제는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건축목공이 집터에 먹줄을 놓고

포클레인이 투입됩니다.


통 기초냐 줄 기초냐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는 줄 기초를 하기로 했습니다.




먹줄을 따라

포클레인이 땅을 파고

건축목공이 철근을 배근합니다.


배근을 마치면

유로폼을 이용해 거푸집을 만들고



거푸집이 완성되면

펌프카와 레미콘이 들어와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타설 합니다.


이때 배수관과 전기배 선등을 위한

슬리브를 미리 설치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해버리면

집에서 나가는 배수관을 뚫어야 하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

미리 관을 묻어두는 것을 말합니다.


미리 묻어둔 슬리브를 찾아 이렇게 배관을 연결합니다. 정화조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가게요.


전기의 경우

지상으로 끌고 들어온다면

슬리브가 필요 없겠지만

전봇대에서 집으로 전기선 들어오는 거 보기 싫잖아요.

그럼 전기용 슬리브도 미리 묻어두고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합니다.


물론 상수도 배관도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어야겠지요.

집으로 들어오는 상수도는

보일러 위치에 빼놓으면 됩니다.

상수도는 얼면  되니까

집으로 들어오더라도

땅속 1.5m 아래로 죽 깔고 와서

집으로 인입되어야 합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화천은 엄청 추워요. ㅎ


콘크리트 타설 후

한 이틀 양생하고 거푸집을 떼면 좋으련만

성격 급하신 정 사장님은

바로 다음날 거푸집을 떼어내십니다.

ㅠㅠ

날이 좋아서 그래도 된다면서...


이런 게 참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의 이론과

현실에서의 짬이 서로 다를 때요.


마음 같아선

"원칙대로 하시죠!!"

라고 단호하고 싶지만

그분의 긴 경력과 노하우에

흠집 내는 것 같아 선뜻 내지르지 못하고

ㅎㅎ

눈치를 살핍니다.


그리고 요즘은

현장 인력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건축주나 현장소장이 갑질하면

망치 던지고 확 가버린대요.

ㅎㅎㅎㅎ

웃고 있지만 참 웃지 못할 현실입니다.


어떤 현장, 어떤 전문가를 만나든

상대방의 경력을 인정해주고

자존심에 상처 내지 않는 것은 필요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방법!

그걸 잘하는 게 이 바닥 짬입니다.


양생을 더 하면 좋지만

온도 좋을 때는 하루도 족하다는

실전형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단 하루 만에 거푸집을 떼고

되메우기를 합니다.


되메우기 하고

다시 또 바닥 거푸집을 만드는 동안

양생이 진행되니까요. ^^;;


되메우기는 포클레인으로 팠던 땅에

다시 흙을 채워 넣는 겁니다.


보통은 집터를 땅보다 30cm에서

많게는 120cm까지도 올리는데

우리는 60cm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되메울 때 부족한 흙은

널린 땅의 일부에서 ㅎㅎㅎ

퍼와서 메웠답니다.

만일 흙이 없는 곳은

되메울 흙을 사 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메우고 나면

설비가 출격합니다.




화장실 변기, 샤워기, 세면기용 배관

주방 싱크대용 배관 등

물을 쓰는 곳에는 항상 물이 나가는 곳이 있어야죠.


우리 집은

화장실 두 곳.

주방도 보조주방까지 두 곳.

그래서 배관이 좀 길고 많아요.




<14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ALC #철근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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