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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y 19.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

귀촌 준비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농막은 6평까지 설치 가능합니다.

그래서 3m*6m짜리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는 분들이 많죠.


8년 전에 우리는

인터넷을 동원해 농막에 대한 정보를 끌어모았습니다.

디자인을 살폈고 

허가제인지 신고제인지 등을 알아보았죠.


화천은 신고제여서 

가져다 놓고 읍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끝나는 절차였습니다.


그렇담 이제 우리도 완제품 농막을 사서

휙! 가져다 놓으면 되겠지?

...라고 부푼 꿈을 품었지요.


그렇게

화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업체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물론 

내부 구조에 대한 나름의 계획이 생겼고

그것을 토대로 설계를 직접 했습니다.


사실상 귀촌의 첫걸음이니 

얼마나 설레고 기대되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커다란 난관이 찾아옵니다.

바로 진입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농수로!



마을길이라 차가 오면 비켜주고 기다려주면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여유로운 길인데


오래된 농수로가 도로 위로 지나고 있고

게다가 살짝 도로가 굽어있어

집을 실은 트럭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습니다.


만들어진 농막은

약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 선!


돈을 준다고 해도 

들여올 방법이 없으니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계획을 수정합니다.

"까짓 거! 그냥 짓자!"


남편은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를 20년 한 아내가

천하무적으로 보였던가 봅니다.

ㅎㅎㅎ


"뭐, 그래! 그냥 짓지 뭐."

부창부수!


그렇게 우리는

컨테이너 하우스 사장님에게

도면을 넘기고

현장에서 만들어주는 견적을 의뢰합니다.


저는

선수이니까... ^^;;

들어가는 자재 물량이며

그 자재들의 단가며

죄다 알아버려서...


사장님은 울며 겨자 먹듯

1500만 원대 견적을 주십니다.


성격 화통하시고

대화 잘 통하는 사장님 덕분에

3월에 착공을 약속하고 선금을 지불했습니다.


마음 바뀌면 안 되니까

계약과 선금은 필수입니다.



우선 제일 먼저

경계측량을 했습니다.

땅은 샀지만 정확한 경계를 모르니

측량해 깃발 꽂고

정확히 우리 땅의 모양과 크기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동네 어르신들을

입회하시게 하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딴소리가 나면 안 되니까요.


음료도 준비하고

빵도 준비해서

지켜보시는 동안 심심하지 않으시게

혹여 

'어 거기 내 땅인데?'

하시며 눈살 찌푸리면 안 되니까. ^^


콩밭이었던 땅을 갈아엎고

경사졌던 땅을 평탄하게 작업했습니다.


3월에 시작하려고 했는데

보통은 3월이면 날도 풀리고

얼었던 땅도 녹으니까

당연히 3월이면 될 줄 알았는데.


계획은 다시 수정됩니다.

땅이 안 파져서 ㅠㅠ

4월에 착공하게 되었답니다.

화천은 정말 춥습니다.


외지인이니까 

동네분들에게 미운털 박히지 않으려고

일부러 동네분 소개로 

포크레인 기사님을 모셨습니다.

또,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떡과 술, 고기를 대접했습니다.


"마을 끝에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인사도 다부지게 했답니다.

한마디로 동네잔치를 해드렸죠. ^^;;


둘째 아이가 맑은 공기에 흠뻑 취한 것 같죠?

참고로 저 아이는

7년 뒤

방배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화천고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땅 모양을 만들기 시작하며

한전에 전기 공급을 위해 

전봇대 설치 신청을 했습니다.


여긴 완전 오지!!

물도 전기도 없는 산골!

ㅎㅎㅎ



마을 마지막 집에서부터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우리 땅이 시작됩니다.


농막을 지을 자리는

거기서 또 100미터는 떨어져 있고요.


다행히 

200미터까지는 기본!

계량기 한대 설치하는 비용

약 50만 원(지금은 80만 원)을 들여서

전봇대 4개를 설치합니다.


전봇대가 전부 내 땅에 생기는 거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다른 사람의 땅에 세워야 하면

설치 동의서에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당시 이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땅 주인의 도장을 받아서

첫 번째 전봇대를 남의 땅에 설치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는

우리 땅에 당당히 전봇대를 세웠죠.



짜잔!!

드디어 농막이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5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춘천 작업자들이

출퇴근하며 시공했습니다.


현지에서 먹고 자는 건

비용이 더 드니까

현지분들에게 일을 시키는 게

경제적인 면에서는 좋습니다.


물론 

실력은 복불복입니다. ㅎㅎ


좋은 분을 만나는 것은 

운이라는 소립니다. ^^;;


다행히 우리는

좋은 분을 만나 

어렵지 않게 농막을 지었습니다.



농막이 만들어졌다는 기쁨에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화천으로 고고씽!


저녁 8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캄캄한 농막에 도착했습니다.


그날의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

큰 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 배터리를 콘센트에 꽂았습니다.


"엄마! 충전이 왜 안 돼?"


중딩 아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핸드폰이었던 시절의 일입니다.


애석하게도

전봇대만 설치되고

전원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때라

ㅎㅎㅎ

캠핑장용 랜턴을 사용했던 

웃지 못할 상황이었답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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