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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y 31. 2022

산촌에 내 집짓기(6)

귀촌 준비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농막 신고도 어물쩍 넘어가고

농사용 전기도 주택용 전기로 바꾸고

농작물은 기대 이하로 저조하고

ㅎㅎㅎ

참 여러 가지로 수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

^^


땅 3천 평을 다 어디에 쓸까요?

우리의 꿈은 이랬습니다.

우선 좋은 터에 우리 집을 짓고

맨 앞 전망 제일 좋은 자리에는

카페를 하나 만들고

숲과 이어진 땅에는

프라이빗한 펜션을 만들면 어떨까?



여긴 약 300평 규모의 밭입니다. ㅠㅠ


그렇죠.

그 넓은 땅,

이고 지고 있는다고 얼마나 땅값이 오르겠습니까?

뭐, 물론 통일되면

ㅎㅎㅎ

38선 보다 위에 있는 우리 땅

어쩌면 호재를 누릴지도 모르죠.

악재가 될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팔아야 하겠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지인들에게 땅을 팔면

색다른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 수도 있겠지?

...라는 나름은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언젠가는 땅을 팔아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우린 경매로 땅을 아주 싸게 구입했잖아요.

그럼 땅 팔 때 양도 소득세가 어마어마하겠더라고요.


주변에서 양도 소득세를 줄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경영체 등록을 해야 한다고,

조언들을 해주십니다.


대체 경영체 등록이 뭐야?

정확히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래야 한다니까

우린 얼떨결에 품질관리원에 찾아가

경영체 등록을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어머나!

등록했더니

농사에 보태라고 돈도 지급해주고

농사용 기계에 사용되는 기름값도 할인해주고

해택들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괜히 공돈 생기는 것 같아 좋아했는데...

ㅎㅎㅎ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신고한 농지에 정말로 농사를 짓는지

위성사진과 현장방문 등의 방법으로

조사까지 나온다는 겁니다.

허걱!


나와서 허위로 신고된 거면

추징금도 나온다고 하고

받은 돈도 다 뱉어내야 한다고 하니

또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한번 해보기로 합니다.



귀엽게 생긴 꼬마 트랙터를

J네가 구입하고

시험운전을 거친 뒤



삐뚤빼뚤하지만

밭을 갈고

각종 채소와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다른 밭을 보면

검정 비닐을 다 씌웠던데

우린 그거 하지 말자고 결의했습니다.


처음 땅을 파헤치며

끝도 없이 나오는 검정 비닐에 경악했고

이런 게 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라며

참 어리석게도 이 밭에 농사지은 분들을

속으로 욕했더랍니다.

ㅠㅠ


그래서 보란 듯이 비닐도 치지 않고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면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밭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듭니다.

이때가 제일 좋죠.

잡풀들은 숨죽이고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5월 말 6월 초가 되면

딱 1주일 방문을 건너뛰어도

이렇게 풀들이 무성하게 밀고 나와서

집도 창고도 풀숲에 가려

안 보일 지경에 이른답니다.

ㅠㅠ


아! 이래서 농민들이

제초제를 뿌리고 비닐을 이용하시는구나...


그해 우리는 풀과의 끝도 없는 전쟁을 벌였지만

끝끝내 농작물을 살려내지 못하고

멧돼지와 고라니,

두더지와 너구리에게

인심만 쓴 채 농사를 접어야 했답니다.



그렇다고 항상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자연이 준

이런 수확물들을 먹으며 기뻤고


화천에서 가까운 동해 바다쪽으로 종종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캠핑을 접게 되며

여행의 스타일도 장소도

훨씬 다채로워 졌답니다.


화천을 거점으로

동서남북...

그간 다녀보지 못한 곳을 찾아다니며

나름의 여유와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봄이 다가올 때

우리는 또 농작물 걱정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뭐를 심지?

올해는 어떻게 하지?


귀농 아니고 분명히 귀촌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농사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ㅠㅠ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은 하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혐오하던 검정 비닐을 주욱~~~

땅에 뒤집어 씌우고 농작물을 심습니다.

ㅠㅠ


하루라도 빨리 집을 지어야지...

그래야 이 풀과 농작물과의 전쟁도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부유합니다.

흑!


당시 큰아이 중2, 작은아이 초4.

하필 큰 아이가

중1 때부터 펜싱을 시작하는 바람에

우리는 화천으로의 이주를

무기한 미루게 됩니다.



<7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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