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사람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괌이라는 섬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지만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했지만 몇몇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 '좁은 섬에 살아서 그런가?'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특이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목적을 알 수 없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적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금방 다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의아한 사람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시골 동네에는 그 옛날 내가 느꼈던 의아함을 자아내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는 자주 이 시골 동네와 괌을 서로 혼동하며 지칭하는데 그 이유는 두 장소 모두 변화가 없는 작은 동네의 분위기가 너무 닮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 동네, 늘 같은 등장인물들.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또다시 목격되는 사람들의 이유와 목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거짓말들.
어릴 때 내가 경험한 괌 사람들의 거짓말은 사소했다. '누가 나를 좋아해. 누가 너를 싫어해.' 등의 청소년 시기에 가장 중요한 '나만의 편'을 만들기 위한 거짓말. 딱히 무리 의식이 강하지 않고 방관하는 입장을 좀 더 선호하는 나에게는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와서 생각하면 어쩌면 이민자들의 좁은 사회 속에서 '내 편'을 만들려다 보니 서로 없는 말을 하고 거짓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라는 추정을 해볼 뿐이다.
지금 이 시골 마을의 거짓말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나에게 있어 그나마 납득이 되는 목적은 금전적 이득을 위함이다. 자녀의 등록금이 필요하다거나 빌려준 돈을 못 받아 사업상 급전이 필요하다는 등의 목적이 확실한 거짓말. 다만, 다들 서로의 말을 안 믿는 불신과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전 정보로 인해 이러한 어설픈 거짓말이 실질적 금전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그런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라 방심하다간 그야말로 코를 베일 수 있는 시골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중이다.
명백한 첫 번째 목적과 달리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이 되지 않는 두 번째는 바로 허세를 위한 거짓말이다. '돈은 너무 많이 버는데 바빠서 쓸데가 없어', '내가 저번에 땅을, 집을 좀 샀어.'와 같은 이 좁은 동네에선 절대로 들통이 날 수밖에 없는 거짓말. 서로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아주 사소한 비밀까지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너무나 뻔히 보이는 거짓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세를 부려서 상대가 그 허세를 믿어준다면 그것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 충분히 가치가 있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허세는 결국 허세를 부린 사람에 대한 진짜 정보와 험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서로 너무 뻔히 알고 있음에도 거짓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땅을 샀다는 사람이 돈 몇 십만 원이 없어 돈을 빌리러 다니고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사람이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좁은 동네에서 말이다.
이것이 어르신들만의 유희인지 아니면 연로해서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인지 알길 없으나 어르신들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허세성 거짓말을 듣는 것은 꽤 스트레스가 된다. 도대체 누가 들어줄 말이기에 저런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가만히 있으면 험담의 대상이 될 일도 없을 텐데 왜 저렇게 스스로 남들 입에 오르내릴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거기에 왜 우리 어머니는 열심히 동참 중인 걸까.
본래부터 허세가 몸에 밴 것인지 아니면 어르신들의 이해되지 않는 유흥의 일종인지 알 수 없는 거짓말들과 허세를 들으며 자꾸 나이 들어가는 내가 무서워진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까? 조금 더 늙은 나는 저 자리에 저렇게 앉아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 허세를 부리고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미래 상상도를 그리는 바람에 어르신들의 유흥이 나에게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시골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귀촌이라거나 조용한 시골에서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과 같은 동화. 나 역시 너무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이 동네가 그런 로망의 장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작고 조용했던 이 시골 동네는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사람들이 내는 온갖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작은 곳에서 맴돌아 귀가 터질 만큼 시끄럽다.
요즘 사람들은 서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 역시 외출을 하려다가도 옆집 사람이 나오는 소리가 나면 현관 앞에서 그 사람의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나오곤 한다. 굳이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내가 어쩌다 보니 너무 시끄러운 곳에 살고 있다. 난 조용히 없는 듯 살고 싶은데 이 작은 마을은 그 누구도 숨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이해하기 힘든 허세와 거짓말이 내 미래 모습이 될까 봐 걱정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삶은 참... 갈수록 고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