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수상한 스토킹

by 플로터

나는 호기심이 꽤 많은 편에 속한다. 그것은 딱히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 최근 내 호기심의 대상은 생면부지의 어떤 사람이다. 남자이고 직업은 바로 이 부분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조금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가끔 엉뚱한 글을 게시하는 통에 날이 갈수록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치고는 딱히 성실하게 작문 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고 아무런 이득이 없는 글을 쓰는 유일한 순간은 일기 같은 블로그가 전부이다. 그런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또한 바로 이 생면부지의 인물 때문이다. 이상한 호기심과 꽤 집요한 성격까지 겸비한 나는 이 수수께끼의 인물이 지역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브런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동네 정보를 얻기 위해 지역 카페에 가입한 나는 거기에서도 없는 사람처럼 그냥 게시글만 구경하는 투명 인간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등장했다. 어느 날 본인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게시글을 올린 것이다. '브런치'가 뭔지 몰랐던 나는 약간의 검색을 통해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무나 막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 남이 올린 링크를 타고 가서 그분의 브런치 글을 읽었다.


그리고 의문과 수상함이 더욱 깊어졌다. 이상한 글이었다. 무슨 말인지 나로서는 딱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글인데 '어떻게 작가가 된 거지? 정말 어려운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다 충동적으로 도전한 '브런치'에 합격을 해서 현재 나는 나를 브런치로 인도한 사람에 대한 글을 쓰는 조금 웃기는 상황에 처해있는 중이다.


일단 파악한 정보는 남자, 자영업자, 영어 과외 선생 정도인데 아무리 봐도 그분이 쓴 글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정도로 두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본인 말로는 원어민 급의 영어 구사자라고 하는데 그와 관련한 그 어떤 이력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수상한 글이 자꾸 내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언젠가 그 수수께끼의 인물을 직접 보러 가야겠다는 꽤 굳은 각오까지 생겨나 버렸다. 언젠가 귀찮음을 이겨내는 날 나는 직접 그분을 만나러 갈 것이다.


이상한 사람이다, 내 기준에서는. 하지만 내 기준이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나와의 접점이라고는 1도 없는 생판 타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호기심 충족을 위해 몰래 스파이 짓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스파이 행위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첫 번째는 나의 귀찮음이고 두 번째는 다소 작은 부분이지만 나의 양심이다. 이것은 스토커 행위에 속할 수 있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상대는 나를 전혀 모르는데 나는 내가 가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생판 모르는 타인의 삶을 관찰하려 하고 있다. 내 호기심을 위해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다소 느껴진달까.


호기심이 깊어지고 있다. 궁금하다, 그 사람의 정체가! 하지만 본인을 본다고 내 호기심이 해결될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호기심은 그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올린 글의 중구난방성이 진실인가? 아니면 허언증인가? 하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자꾸 스토킹을 하려는 것을 보면 내가 요즘 지나치게 한가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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