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개뿔, 나의 도덕 정신은 가벼운 은행 잔고가 지킨다!
나의 아이돌이 콘서트를 한다. 당연히 시간에 맞추어 티켓팅에 참여했고 장렬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비록 정식 예매는 실패해도 나에게는 예매 대기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예매 대기 또한 치열했던 공연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난 꽤 여유롭게 예매 대기 좌석을 확보한 상태였고 이제껏 예매 대기가 실패했던 적은 없다.
나의 아이돌님은 국제적 인기를 누리는 인기 스타로 팬들도 꽤 다국적이다. 꽤 열성적인 덕질을 하고 있는 중이라 일본까지 따라간 나는 한국에서 온 팬, 그런 나에게 일본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신 분은 일본 팬 그리고 그 일본 팬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가 잠시 만난 팬은 대만에서 온 팬이었다.
서로 너무나 같은 사람의 팬이라는 증거가 극명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한국 티켓을 확보 못한 나와 일본 공연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일본 팬과는 달리 대만 팬은 이미 한국은 물론 일본 콘서트 티켓까지 다 확보가 된 상태라고 했다. 심지어 일본 투어를 전부 따라다니고 있는 중. (나는 한 곳을 따라가서도 파산 위기거늘.) 일본 팬분의 증언에 따르면 그 대만 팬이 매고 있던 가방은 무려 디올이었다고 한다. '역시 덕질도 돈이 있어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부유한 팬과 헤어진 이후 나와 일본 팬이 나눈 대화는 그 티켓이 정상 티켓일리 없다는 이야기였다. 일본이고 한국이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수두룩인데 그 대만팬은 한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통해 팬클럽 티켓팅 날에 플로어 석을 2자리 확보했다는 얘기는 조금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 고마워서 조금 사례를 했다고 말하는 폼이 왠지 정말로 아는 사람을 통한 부탁보다는 지불을 통한 대리 티켓팅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 나와 일본 팬은 '그런 옳지 않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플미충이 생기는 거다'라는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결국 자리 부족으로 못 가는 팬들이 너무 많다 보니 주최 측에서 시야 제한 좌석을 풀었고 나의 예매 대기는 아직 유효한 상태였다. 분명히 둘 중 하나는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꽤 여유로운 상태였지만 1차로 시제석을 실패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보루였던 예매 대기마저 결국 취소된 상태로 공연 이틀 전이 되었다.
나는 꽤 습관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기에 반복적인 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인내심이 좋은 사람일 줄 알았다. 하지만 티켓 확보에 성공한 다른 팬들의 조언에 따라 계속해서 티켓을 찾아보며 깨달았다. '아. 난 반복적인 행위를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사람이군!'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해지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보잘것없는 나의 인내심에 꽤 당황함과 동시에 '이건 틀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욕하던 플미충의 티켓을 찾기 시작했다. 꽤 많은 티켓들이 판매되고 있었으나 전혀 도전할 의지조차 생기지 않게 하는 비싼 티켓들이 다수였는데 그 와중에 내가 생각하는 가격에 가까운 티켓 가격을 제시하는 업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은 '어차피 내 능력으론 티켓을 못 찾으니까 그 고생을 대신해 줬다는 수고비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는 지불할 수 있지!'
꽤 아슬아슬한 가격까지 조율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가난함 덕에 굳은 신념도 아니었던 도덕성을 지키게 되었다. 타인의 행위를 비난할 때만 해도 나에게 이런 절박한 상황이 닥칠지 몰라서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아'라고 했었고 결국 내가 그런 행위를 하게 되자 '이건 내 대신 고생한 사람에 대한 수고비'라며 자기변명을 하는 나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느끼며 다소 양심이 따끔한 부분도 있었지만 뭐 사람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꽤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가진 자가 도덕성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를 알게 된 느낌이다. 돈이면 안 되는 일보다는 되는 일이 훨씬 더 많은 세상에서 법과 도덕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 왜 저런 짓을?'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뉴스 속 사건들은 사실은 '부족한 것이 없기에 저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꽤 깨달음을 얻은 척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 가장 머릿속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생각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변함없는 장래 희망. 로또나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