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친절했고 상냥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가까워지기에는 꽤 거리가 있는 사이였다. 사무적인 관계로 만난 사이였지만 그냥 일적으로 얽힌 사이라고 하기엔 아주 약간의 개인적 친분이 있었고 그래서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은 나의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관계에 꽤나 정성을 쏟고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는 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귀찮음도 물론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이제껏 그래도 짧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내 성향을 꽤 잘 파악하게 된 것도 있고 나이 들어 만들어지는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돌 공연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인친은 여전히 하루에도 몇 개씩이나 되는 포스팅을 올린다. 그러면 나는 성실하게 그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와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이지만 꽤나 귀찮은 노력을 하는 중이다. 미안하지만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나는 언제 다시 일본에 가게 될지 모르니 그날을 위해 어렵게 만든 이 인연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는 못된 마음으로 이 귀찮은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유지되는 친분 중 하나이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순수한 친분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이. 동갑이고 대화를 하는 것도 꽤 즐거워서 나로서는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의 좁디좁은 인맥과는 달리 여기저기 친분이 넓고 바쁜 그 사람은 나와 굳이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주지 않았고 그 모습에 나는 꽤 빠르게 친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매우 친한 친구처럼 함께 술을 마시고 대부분의 날들은 그냥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성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 '갑자기요?' 나에게는 그가 제안하는 친분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어떤 친분인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사람에게 크게 애정이 없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랑 친하자는데.
그런데 정작 친해지자 하고 보니 의도를 모르겠다. 단순한 친교의 의미인 건가? 아니면 그보다는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가? 친해지기로 하고 처음으로 만난 자리 이후 좀 더 아리송해졌다. 뭐지? 이건 어떤 의미의 친분인거지? 지금 까지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굳이 이 친교의 자리를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이렇게까지 만나서 할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렇게 까지 함께 시간을 보낼 이유도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느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이다. 뭔가 명확한 관계 정립이 되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 갑작스럽고 어리둥절한 이 친교가 도대체 어디를 향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래도 내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 나는 명확한 것을 좋아하고 꽤나 극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도 아니면 모'겠는가.
명확하고 선 긋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맘에 들어하는 이 새로운 친구 후보님은 아무래도 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인 듯하다. 나에게 호감이 있긴 하겠지? 그게 아니면 먼저 친구 하자고 할 것 같진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행복한 상태인 것 같은데 나와 너무나 다른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새로운 친구와의 친교가 과연 오래 이어질지는 꽤 미지수인 듯하다.
꽤 답답하고 재미있는 친구가 생긴 듯하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