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사람이 언제나 진실을 말할 필요나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진실보다는 거짓이 좀 더 필요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참된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순진무구하지는 않다. 하지만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 없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나의 카페와 그 사랑방의 실질적 주인이자 이 동네 소식을 하나라도 모르고 있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나의 모친. 처음에는 꽤 흥미진진하기도 했고 뭐 나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어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매일 새로운 사건이 벌어질 수는 없으니 당연스럽게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조금 이른 오후가 되면 문을 열고 손님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모친. 그러면 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어디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하게 앉아 싼 가격으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의 하루가 시작된다. 모여서 서너 시간가량 늘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모친은 저녁때 즈음 또 다른 당신의 본업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 바쁘신 모친이 왜 자꾸 뭔가 일을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잠잘 시간도 모자랄 것 같은 그 바쁜 스케줄 속에서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새로운 사건들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뒷수습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당신이 저지르면 누군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고 그 누구는 대부분은 내가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모친의 언행의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고 그래서 그냥 무료한 노인 특유의 고집스러운 저지름이라고 받아들이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가하지 않아 심심할 틈도 없을 텐데 여전히 그 저지름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 괴롭힘은 나의 일상을 너무 크게 휘두르고 있다.
목적이 없는 거짓말. 의미를 모르겠는 저지름.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벌이는 일인지, 무슨 생각으로 내뱉은 거짓인지 모르겠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는 모친의 지인이 나에게 묻는 질문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친한 사이라면 농담처럼 받아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이렇게 대면대면한 사이에게서 들으니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글쎄요'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하고 나니 잠시 억누르고 있던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왜?' 그 거짓말은 어떤 의도로 비롯된 것일까? 누가 봐도 어차피 들통날 그 거짓말을 왜 한 걸까? 그것이 들통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거나 모자란 분이 아닌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처음에는 허세의 수준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허세는 들키지 않아야 유지되는 것 아니던가. 이 좁은 동네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들통나게 될 그 허세를 왜 아직도 끊임없이 반복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허세에 대한 부끄러움을 담당해야 하는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채로워지는 이 시련은 언제쯤 사라지는 것인가.
하아.. 정말... 혼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