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에게 없을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불면증이다. 눕자마자 바로 잠드는 행운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꽤 오랜 시간 숙면을 취하는 편이다. 수면 시간 또한 8시간 정도로 충분히 자고 있다. 그런 내가 요즘 계속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한번 잠들면 일어날 시간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잔다. 처음 샤오미 핏을 사서 수면 측정을 했을 때 내가 매우 기대했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수면 점수 체크였다. 꽤 잘 자고 일어나 하루 종일 피곤하다는 느낌 없이 잘 지내는 것을 보면 굳이 점수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것은 나의 성격 중 하나로 스스로의 느낌보다는 기계의 확답을 받고 싶었다.
처음에는 80점 대의 점수를 보며 '왜 이렇게 낮지?'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100점짜리 잠은 무엇이지?' 그럼에도 80대 후반의 점수를 보며 '역시 잘 자고 있었군'이라며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 날엔가 이 기계가 나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잠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침대에 누웠으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잠 못 들고 있었다. '내일 일정을 생각하면 빨리 자야 하는데'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그 걱정으로 시작된 또 다른 생각들이 꼬리를 이어 결국 그날은 2-3시간 정도밖에 못 잤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나의 수면의 질을 측정해 주는 이 기기가 나의 수면 점수를 '80'점이나 주고 심지어 계속 뒤척거렸던 그 시간들을 수면 상태로 측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고 나서는 어차피 거짓된 점수라고 생각하고 잘 때는 사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기를 장만했다. 그리고 그래도 갤럭시는 좀 더 낫지 않을까?라는 다소 편향적인 기대를 가지고 잠에 들었다. 이 새로운 기기는 내가 침대에 누워있었던 시간과 실제로 수면을 취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 자면서 내가 코를 골았다는 것까지 녹음해서 기록으로 남겨주는 상냥함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 가량 꽤 성공적인 수면 측정을 마치고 수면 유형으로도 충분히 잘 자는 '사자형 수면자'라는 진단을 받았건만 요즘 들어 자꾸 새벽에 잠이 깬다. 나는 한번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자꾸 새벽에 깨서 잠 못 들고 뒤척이다 보니 수면 부족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 부족한 수면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는 기기의 수치를 보니 더더욱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그만 생각해야 한다. 기분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이제 그만 생각해야 한다.
빨리 이 어수선한 기분이 정리되어서 다시 80점짜리 잠을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