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연 억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독사 방지 클럽 같은건 없나?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일단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최애 취미 생활인 티브이 시청을 하다 보면 방해받는 것이 싫어 연락을 먼저 하기는커녕 온 연락도 안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퍼거슨 감독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하고 있는 그 흔한 sns도 하지 않아 친구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수단은 카톡 프로필 정도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완벽한 고립 상태에는 도달하지 않고 근근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인연에 집착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사람과의 인연은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너무나 어이없이 끊어진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이제는 인연의 가벼움에도 타격을 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영문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도 잠시 의문과 당혹스러움을 느낄 뿐 그 관계를 되찾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겠지'라고 납득할 뿐이다.
나 또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억지로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상대방의 결정도 존중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립이 싫다고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은 더욱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가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 싫은 사람에 대한 불만을 말한 적이 있다. 상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려운 사이도 아닌 듯한데 말끝마다 가시 돋친 말을 한다는 친구의 직장 후배.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사람에게 아무런 불만이나 지적을 하지 못하는 내 친구였다. 답답한 나는 친구에게 너도 똑같이 해주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권해봤지만 정작 내 친구는 내가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하는 말이라며 무시하고 말았다.
상사면 좀 어려울 테고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지적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지만 '후배이고 나름 친한' 사이에게도 불만을 말하지 못하면서 이어가는 인연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두루두루 좋은 사람이고 싶은 내 친구와 굳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나는 서로에게 꽤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그 시간을 나름 알차게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늘 혼자인 것이 좋은 것은 아니므로 때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올 때도 있다. 그러면 또 그 나름 신이 나고 즐겁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꽤 피곤함이 쌓여서 결국은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다. 말이 겉돌고 이해받지 못하는 내 생각들이 답답해져 그냥 혼자 있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가끔씩 고독사 기사를 보게 되면 상당한 위기의식이 들기도 한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언젠가는 죽을 테지만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서 옆집에서 고약한 냄새로 신고가 들어가서 발견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는 아닐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는데 그렇다면 지금인가?
그런데 인간관계가 넓어지면 정말 난 덜 외롭고 고독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건가? 조금 불편하고 좀 많이 안 맞는 사람이라도 견디다 보면 나의 외로움도 고독사 위험도 줄어들 수 있는 건가? 시작도 전부터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아무리 아는 사람이 늘어나도 근본적인 외로움은 극복되지 않을 테고 고독사 또한 가능성 있는 결말일 듯하다. 그렇다면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좀 더 늙어서도 혼자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고독사는 내가 죽고 난 이후 일이니 일단 외면해보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