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이 목표입니다.
친구는 유튜브 광이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 중 하나는 시골에 싼 땅을 사서 주말 농장 또는 별장으로 꾸미는 내용이다. 그 영상을 추천하며 그녀는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어느 시골에 작은 땅을 사서 주말 농장을 시작할 것처럼 말한다. 셀프 집수리를 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여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것 인 양. 하지만 그것을 위한 행동은 영 아무런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하는 최고의 노력은 해당 영상들을 무한으로 시청하는 것일 뿐.
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드라마가 생기면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밤새 그것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영상 중독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이므로 밤새 유튜브를 시청하건 드라마를 시청하건 나의 선택일 뿐 전혀 나쁜 일은 아닌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내 행동에 변명거리를 찾는다. 내가 빠진 것이 미드일 때는 영어 공부, 일드일 때는 일어 공부. 하지만 난감한 것은 최근에는 한드에 빠져 있어 핑곗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티브이 보느라 생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자꾸 변명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한가로운 시간에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닌데 자꾸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어릴 때부터 학습된 '삶의 목표'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릴 때부터 꿈을 묻고 목표가 뚜렷해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교육받은 결과물이 바로 지금 내 변명 찾기의 원인이 아닐까?
어릴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들어왔던 질문이었고 진지한 고민도 없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던 어린 시절의 반복 학습은 어른이 된 지금 나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 거창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 하지만 여기까지 살아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이 어느 정도 구분이 된 기분이다. 꽤 패배감 어린 깨달음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알아버린 나의 한계는 타인에 대한 쓸데없는 부러움이나 질투를 버릴 수 있게 해 주었고 꼭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하고 멋진 인생을 꿈꿀 필요는 없다는 타협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딱히 계획표를 짤만한 세부적인 인생 목표가 없다. 내 가장 구체적인 미래 계획은 로또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것이다. 남들은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는 매우 진지하게 노력과 정성을 다하고 있는 인생 목표이다. 매주 잊지 않고 꼬박꼬박 5천 원을 로또 기금에 보태며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색을 하고 이러한 내 인생 목표를 발표하지 않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나의 목표가 내가 받아온 교육 그리고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배운 목표란 엄청난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원대한 무언가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나? 나만 정확한 목표가 없이 그저 살아가고 있는 건가?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는 와중에 가끔씩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강하게 몰려올 때가 있다.
목표가 있어야만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일은 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생각도 못했던 불행을 극복해야 할 때도 있고 평범한 일상에도 곳곳에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사소한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그럴듯한 목표가 없다고 해도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없이 어차피 태어났으니 살아갈 수 있을만큼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하다.
나만 목표가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