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신성한, 이혼 >으로 보는 한국 사회
요즘도 이혼을 흠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방송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데요.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이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혼에 대한 인식이 몇 년 사이 빠르게 변했음을 체감합니다. 과거 이혼 이후 새로운 만남을 말하는 것에 조심스러웠던 것과 달리 2021년에 방영한 연애 버라이어티 <돌싱글즈>는 돌싱 남녀가 모여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 주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현재 시즌 3까지 방영되었고 조만간 시즌 4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드라마 분야도 이혼 관련 주제를 다룬 드라마들이 성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 방영한 <남이 될 수 있을까>부터 최근 종영한 <신성한, 이혼>까지 상반기만 해도 벌써 두 편의 드라마가 방영되었습니다.
이처럼 예능과 드라마에서 이혼을 주제로 다루며 사회적으로 이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혼 내용과 법적인 부분에 관심이 그쳤다면 이제는 당사자들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글에서 소개할 드라마는 바로 <신성한, 이혼>입니다. 드라마는 신성한(조승우) 변호사를 필두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이번 드라마는 제목부터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신성한을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고결하고 거룩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화에 등장했던 유명 라디오 DJ 이서진(한혜진) 케이스인데요. 이 에피소드는 불법 동영상 유출과 의처증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이서진의 남편은 병적인 의처증입니다. 부인을 물건처럼 소유하려고 하는데요. 폭언, 폭행은 기본이고 회사 외 모임에서는 무조건 30분에 한 번씩 사진을 보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속옷 색깔까지 보고해야 했고 그녀의 모든 행동은 감시대상이었습니다. 남편의 심각한 집착은 결국 그녀를 사회적으로 고립시켰고 깊은 외로움에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한 라디오 pd의 지인이 오픈한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이서진에게 팬이라고 말하는 주방장을 만나게 됩니다. 주방장과의 만남은 그녀를 숨 쉬게 했고 결국 깊은 관계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주방장은 이서진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유포하였고 그녀는 아들 현우의 양육권을 빼앗긴 채 이혼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를 한 마디로 일축한 대사가 있는데요. 이서진이 신성한 변호사에게 했던 대사입니다.
개새끼 피하려다가 썅놈 만났다.
다행히도 소송은 이서진의 승소로 마무리되었고 아들 현우의 양육권도 받아냅니다. 재판을 승소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남편이 아들 현우에게 부인의 성관계 영상을 보여준 것인데요. 재판 승소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서진은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목할 점은 재판 이후입니다. 소송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서진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그녀가 외도를 한 사실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영상 유출로 인한 엄연한 피해자입니다. 결국 사회적 시선과 인터넷 악플을 견디지 못한 이서진은 사람들이 무서워 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신성한 변호사와 함께 일하게 되었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점차 원래 위치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서진 사건 이후 신성한은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해 냅니다. 이런 신성한 변호사에게 한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조카 기영이의 부모에 대한 친권 상실 소송입니다. 과거 피아노 교수였던 신성한은 여동생이 억울하게 죽은 이후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변호사가 됩니다. 신성한은 소송을 통해 당시 여동생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의뢰인 비밀 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조카 기영이의 부모가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저지른 행동들을 밝혀냅니다. 결국 삼촌인 신성한은 기영이의 후견인이 되며 양육권을 가져옵니다.
<신성한, 이혼>에서는 의처증, 불법 동영상 유포, 고부간 갈등 등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줍니다. 각 사연들은 이혼 사유이며 동시에 각 의뢰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요인이기도 합니다. 신성한 변호사는 의뢰인을 향해 감히 충고를 하거나 가르치려들지 않습니다. 묵묵하고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변호해 줍니다. 이런 신성한 변호사의 태도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사실 이혼으로 가장 힘든 사람은 이혼 당사자들입니다. 또한 두 사람 간에 문제로 이혼을 하였고 누구도 그들만큼 그들 사정을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우리가 그들의 이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들 뿐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한국 사회가 이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이혼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본 적 있는데요. 몇몇 사람들이 이혼한 사람들을 향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깐 이혼을 했겠지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혼'을 한 사람들을 향해 단순히 문제 있는 사람들로 치부하면 안됩니다. 일반적인 연애와 달리 결혼은 가정을 꾸린다는 점에서 쉽사리 '이별'을 택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혼'이라는 힘든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신성한 변호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