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메이커>로 보는 한국 정치
어느 날, 외과의사, 건축가, 정치인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의사가 말합니다. "하느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고, 그것은 곧 최초의 외과수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그러자 건축가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하시기 전에 혼돈으로부터 이 세상을 건설하셨으므로, 이 세상 최초의 직업은 세상을 창조한 건축가입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정치가가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그런 혼돈을 만든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인에 대한 풍자 이야기인데요. 현재 한국 정치판이 이 이야기를 단순 유머로 웃어 넘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최근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일부 청년층은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청년들이 정치판에 등을 돌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현재 정치판을 구성하는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이 실질적 고려가 부족한 이론뿐인 정책인 경우도 많고요. 청년들의 표심을 노린 보여주기식 공약들에 청년들은 지쳐버린 것입니다. 이렇듯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포퓰리즘적 공약과 이론뿐인 정책들을 내세우자 정치판에 등을 돌리고 무관심으로 답한 것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퀸 메이커'는 이러한 한국정치판의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서울 시장 보궐 선거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코뿔소'처럼 정의를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경숙(문소리)'과 재벌가 사위이자 부패한 위선자 '백재민(류수영)'. 이 둘의 대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요. 오경숙과 백재민은 이상적인 정치인과 부패한 정치인을 상징합니다. 오경숙은 정치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백재민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선거를 통해 얻을 권력만을 추구합니다. 물론, 오경숙 혼자 힘으로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겠죠. 그녀의 선거 캠프에 든든한 퀸메이커 '황도희(김희애)'가 함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과거 황도희가 은성그룹 해결사 시절, 황도희와 오경숙은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재벌가의 파렴치한 행동에 환멸을 느끼고 떠난 뒤, 오경숙과 황도희는 각별한 사이가 됩니다. 선거는 결국 오경숙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되는데요. 오경숙과 황도희는 백재민이 쓰고 있던 가면을 부수고 숨겨온 범죄 행각을 모두 밝혀냅니다. 드라마는 돈과 보여주기식 쇼맨쉽은 진실과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값진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됩니다.
드라마 속 오경숙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데요. 여기서 우리는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경숙의 행동은 사실 정치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재판장에서 외친 헌법 1조 1항이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은 준 것은 헌법에도 명시된 당연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경시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국민이 우선이 되지 않는 퇴색된 한국 정치의 어두운 면이 짙어진다면 앞으로 발전된 정치 형태와 청년의 관심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