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선우 May 23. 2023

어른들이 다 해주세요!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로 보는 한국 사회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이 공개되었습니다. 하일권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제작을 맡은 '성용일'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구체와 맞서 싸우는 고3 학생들의 모습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이자 풍자극"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라마는 정체불명의 구체들이 하늘에 등장하며 시작됩니다. 구체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안도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구체 하나가 지상에 떨어지게 되고 커다란 구체에서 나온 생물체들은 인간을 공격합니다. 군 당국은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게 되었고 고등학교 3학년까지 병력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왼쪽 : 웹툰 원작 / 오른쪽 : 드라마 포스터

성동고등학교 3학년 2반은 전원이 학생 보충병에 지원하였습니다. 이들은 3중대 2소대로 편성되고 소대장 이춘호 중위(신현수)는 학생들을 훈련시킵니다. 구체의 습격으로 학생들은 근처 군부대로 이동하게 되고 보충병이 아닌 군인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2소대는 구체 제거 작전을 맡아 떠나게 되는데요. 소대장의 희생으로 작전은 성공했지만 2소대는 지휘자 없이 학생들끼리 작전을 마무리할 상황에 처합니다. 학생들은 민주적인 투표와 역할 분담을 통해 식량, 정찰, 구체 제거 작전까지 수행하며 점차 군인다운 면모를 갖춥니다.


구체와의 전쟁은 장기화되고 수능은 연기됩니다. 이 소식은 2소대의 분열을 야기하는데요. 연기 소식을 듣게 된 영수(안도규)는 충격을 받습니다. 지독한 가난을 끊을 유일한 방법이 대학 진학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충격에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같은 소대원인 소연(신수현)은 이런 영수와 마찰을 빚게 되고 영수는 소연을 거칠게 밀어 기절시킵니다. 하지만 깨우기는커녕 영수는 평소 좋아하던 소연에게 갑자기 키스를 합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일하(김수겸)는 반 아이들에게 알리려 하였는데요. 소식이 알려지면 인생이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한 영수는 일하를 죽이고 반 아이들에게 총을 난사합니다. 모여있던 소대원의 대부분은 죽게 되고 살아남은 학생들 중 한 명이 총으로 영수를 쏴 제압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교실의 학생들에 총을 쏘는 국영수

영수가 소대원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구체 생물체가 소대원을 공격하는 장면과 오버랩하여 보여주는데요. 이는 구체가 드라마 속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구체는 인간을 해치는 존재이자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데요. 구체만큼이나 인간을 해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집니다.  


드라마는 구체와 싸우는 학생들을 통해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을 합니다. 학생들은 수능 가산점을 빌미로 자신들을 전쟁으로 몰은 어른들을 원망합니다. 또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 자신들에게 총을 쥐어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은 어른들을 탓한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는 행복한 국가는 소수만이 행복한 국가가 아닌 온 국민이 행복한 국가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익을 위한 개인의 헌신을 요구하는데요. 플라톤이 말한 수준의 개인의 헌신은 아니어도 적어도 함께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조국이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국민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였고 지금의 한국이 존재할 수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존폐가 걸린 구체와의 전쟁에 어른들이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고 총을 주었다고 원망만 하는 것은 다소 이기적이여 보입니다. 또한 스스로를 지키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지급된 총을 함부로 사용한 영수에 대한 비난은 영수 개인에게 해야 할 문제이지 총을 준 어른들을 탓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어쩌면 플라톤의 국가에서 말한 공동체 정신이 완전히 상실된 개인주의 사회로 이미 변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 저희가 밟고 있는 땅이 자신을 희생해 나라를 지킨 수많은 영웅들의 피와 땀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정치에 관심 없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