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선우 May 31. 2023

설탕물을 마시는 사람들

영화 < 시럽 >을 통해 보는 마케팅 이야기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는 스포츠 음료 시장에서 주요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미국 내 점유율은 게토레이가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파워에이드는 게토레이를 따라잡기 위해 출시되었으나, 초기에는 유사한 맛과 색깔로 출시되어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후 파워에이드는 파란색 색소를 추가하여 시각적인 변화를 주어 게토레이와의 경쟁력을 향상시켰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현재의 입지를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출시된 게토레이 블루는 파워에이드와 맛과 색깔이 유사한데 이처럼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의 맛의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소비자들은 게토레이를 더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제품의 '이미지'의 차이입니다. 각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제품의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스포츠 음료의 경우 스포츠 구단과 스폰서십, 브랜드 마크, 광고, 온/오프라인 행사와 같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자신들의 음료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곧 제품이 되고 사람들은 이미지를 구매하게 됩니다. 게토레이는 파워에이드에 비해 더 많은 구단과 스폰서쉽을 맺고 있고 스포츠 음료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에 앞서고 있습니다. 만약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에 이미지가 없다면 어떨까요?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는 단순 설탕물에 불과합니다.  


영화 <시럽>은 이런 설탕물에 불과한 음료가 어떻게 이미지가 형성되는지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 '스캣'(실로 페르난데즈)은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칩니다. 어느 날, 콜라를 떨어뜨린 그는 터져버린 콜라를 보며 외칩니다. "FUCK" 스캣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합니다. 바로, 검은색캔에 FUKK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해보이지만 젊고 냉소적이며 이미지를 신경쓰는 소비층을 겨냥한 상품으로 모순을 마신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스캣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에디슨사 신제품 마케팅 매니저 '식스'(앰버 허드)를 찾아갑니다. 구체적인 마케팅 방안을 들은 식스는 아이디어를 가로채려고 했지만 스캣이 눈치채고 회의실로 찾아갔고 스캣은 식스와 함께 FUKK 제품에 대한 공동기획자가 됩니다. 적은 가까이에 있다고 했던가요. 스캣의 룸메이트 '스니키 피트'(켈란 루츠)가 스캣의 아이디어를 듣고 먼저 FUKK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해 버립니다. 결국, 피트가 식스와 함께 FUKK 공동기획자가 되고 출시된 FUKK은 1위 에너지 드링크로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이후 스캣은 다시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고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을 먹던 스캣은 우연히 식스를 마주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식스는 피트에 밀려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고 재기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스캣은 식스에게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FUKK에 대한 새로운 마케팅을 기획해 달라는 것이었죠. 스캣은 식스의 집에서 5일 간 자며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회의 전날 밤까지 생각이 나지 않자 화가 난 스캣은 식스에게 무리한 제안이었다며 화를 냅니다. 그러고는 FUKK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으려는데 자판기 오류로 음료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화가 난 스캣은 자판기를 흔들다 쓰러진 자판기에 깔리게 되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이 문구인데 "작년 FUKK 자판기에서 FUKK을 훔치려다가 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FUKK을 위해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마케팅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식스와 스캣은 에디슨사에서 함께 일하게 됩니다. 기뻤던 것도 잠시 스캣은 광고를 보고 따라한 어린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해 광고가 가진 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지만 이내 장례식장이 애초에 연출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모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캣은 관뚜껑을 열게 되고 안에 누워있는 인형을 꺼냅니다. 이 사건으로 FUKK은 더욱 잘 팔렸지만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피트의 방해공작임이 분명했지만 증명하지 못했고 스캣은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갑니다.   


제프코의 스카우트 제안


스캣은 길거리에서 검은 양복 무리에게 납치당합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에디슨사의 경쟁업체 '제프코' 직원들이었습니다. 제프코는 에디슨사의 마케팅에 밀려 점유율을 빼앗기자 식스와 스캣을 스카우트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다시 식스와 스캣은 함께 일하게 됩니다. 출근 첫날, 스캣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떠올립니다. 제품의 이름은 'KOK'입니다. 그리고 이 'KOK'을 일반인용과 유명인용으로 구분하여 판매합니다.


비밀스럽게 유명인사들에게 접근하여 시음회에 초청하고 이들 고유 번호가 담긴 100번까지의 '유명인 KOK' 음료만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번호를 직접 양도하거나 판매해야지만 다른 사람이 그 번호가 적힌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88번은 페리스 힐튼 고유 번호인 것입니다. 번호의 가치는 계속 치솟았고 유명인사들의 번호가 담긴 캔을 모두가 사고 싶어 했습니다. 이렇게 관심이 최고조에 이렀을 때 '일반인 KOK'을 판매합니다. 이번 마케팅 전략도 성공적이었고 제프코는 이후 엄청난 성공을 합니다.


이때 발생한 한 자살 사건이 스캣과 식스의 발목을 잡습니다. 17번 캔을 사고 싶었던 한 학생이 살 능력이 없음에 비관하며 자살한 것인데 이 사건으로 스캣은 CNN 8시 뉴스에 나가게 됩니다. 사실 자살 사건 이후로 KOK은 더 미친 듯이 팔려나갔습니다. 번호를 가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은 더욱 커져갔고 이에 덩달아 제프코 주가는 3배 더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번호를 사면 유명인처럼 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KOK을 계속해서 구매한 것입니다.  


8시 뉴스에 출연한 스캣은 마케팅의 비밀에 대해서 폭로합니다. 이 부분이 마케팅의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은 이미지를 파는 것일 뿐 어떤 실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며 여러분은 자살한 학생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만약 자살한 학생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KOK을 구매하지 않아야 하지만 여러분은 더 구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자살한 학생으로 인해 사람들이 유명인의 번호를 사고 싶다는 욕망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의 진실에 대해서 폭로한 스캣은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합니다.


마케팅이 없다면 영혼 없이 마시는 시럽일 뿐이다.


마케팅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마케팅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영화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마케팅이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스스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없다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스캣의 이름도 스스로를 이미지화하기 위해 만든 이름입니다. 그의 본명은 마이클입니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마케팅에 대한 본질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2012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현재의 마케팅 수단부터 방법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목적은 동일합니다. 바로, 제품의 판매가 마케팅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체가 없는 이미지를 파는 세상을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가 마시는 파워에이드도 시럽에 불과한 물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 넣었기에 새롭게 탄생할 수 있던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유를 향한 외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