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시다.

드라마 < 대행사 >로 보는 사회

by 지선우

대행사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대신해서 특정한 일을 해주는 회사'를 말합니다. 광고 대행사는 그렇다면 광고를 대신해 주는 회사를 말하겠죠. 제가 무슨 드라마를 소개할지 아시겠나요? 바로,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 대행사 >입니다. 드라마 주연은 배우 이보영이 확실하지만 나머지 누구 하나 드라마의 조연이라고 말하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나 같이 존재감이 확실하고 주연 이상의 역할을 해주니까요.


주인공 고아인(이보영)은 고독하게 자신의 일과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광고인입니다. 약과 술을 달고 살며 사무실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만 있고 피지는 않습니다. 카리스마를 가진 그녀는 VC그룹 내 임원 자리를 꿰차며 성공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아인의 반대편에 선 최창수(조정수)는 그녀를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이에 쉽게 무너질 고아인이 아니죠. 그녀는 임원 회의에서 6개월 내 매출 50프로 상승을 약속하며 자리를 지킵니다.


저는 < 대행사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우원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우원그룹 법무팀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 담당 검사로 인해 우원그룹 회장의 보석 허가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때 우원그룹은 갑자기 기업 PR을 대대적으로 진행합니다. 보통 기업 PR은 오너 리스크와 같이 국민 정서가 예민한 상황에 줄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우원그룹은 빌링 300억과 앞으로 우원그룹 모든 광고를 건 PT를 진행합니다.


고아인은 일반적인 PR이 아님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우원 회장 보석 허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PR의 포인트는 국민의 정서를 움직여 보석 허가가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 여기에 더해 우원그룹 회장 보석 허가건 담당 판사에게 여의도행 티켓을 쥐어주는 것만이 기적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광고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지만 고아인은 이것을 해냅니다.


광고는 기업 이름을 떼고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나갑니다. 살인죄로 억울하게 23년 간 옥살이를 했던 남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다운로드 (2).jpeg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 우원그룹 PR


23년을 감옥에 살았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무죄래요. 법이 그렇다네요.
23년 전에는 살인자였고 지금은 아니라고. 그 법이 뭔데 이랬다 저랬다 합니까.
포상금 준데요 근데 23년을 돈으로 어떻게 보상합니까.
도대체 얼마면 내 딸 자라는 것도 못 본 게 보상이 됩니까.

광고는 담당 판사가 우원 회장 보석 허가를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줍니다. 23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자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지만 감동에 앞서 광고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광고가 우리를 원하는 데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남들이 원하는 데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에 갇히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코끼리 생각이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꽤 많은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말하는 전문직이 좋다와 같이 직업에 대한 인식부터 미래를 결정짓는 많은 부분들이 매체와 주변의 이야기로 무의식 중에 프레임화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길이 온전히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이 앞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매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의 의견으로 내가 생각할 부분을 '대행'하지 말자는 겁니다. 내가 살 길을 대신 정해줄 '대행사'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대행사'는 없습니다. 고아인의 마지막 대사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내 한계를 왜 남이 결정하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