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분'만에 종료된 비상계엄령
전날 밤 10시23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열고 야당의 예산안 삭감 등을 언급하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0.26 사태 이후 45년만이다. 당시는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국가적 혼란을 명분삼았지만 이번에는 다소 의아했다.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해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어려운 경우 선포된다. 정치권의 극한 양극화와 야당의 공세로 행정부 기능이 일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구도 국가 비상사태라고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158분만에 종료됐다. 여야 모두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고 국회의사당에 모인 190명의 의원이 계엄해제를 표결해 끝마친 것이다. 오늘 새벽 4시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이번 사건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황금종려상을 줘야 한다.
영화 '서울의 봄'보다 더 긴장됐다
이번 사태가 끝나고 뉴스에 달린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칸 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윤 대통령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을 볼 때보다 더 긴장됐다는 것이 이유다.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사망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정권을 무력으로 잡는 과정을 다뤘다. 이 영화가 연상될만도 한 것이 이번 계엄은 2시간 38분만에 종료됐고 상황도 유사하다. 일반적인 영화 러닝타임 시간이기도 하다.
재치있는 표현도 주목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이 일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 또한 생전에 비상계엄을 겪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실제 주변 지인 중에는 급히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울러 주식, 가상자산 시장도 일시적으로 붕괴했다. 야간 코스피 옵션 지수는 폭락했고 가상자산은 가격이 급격히 낮아져 거래소 운영이 마비되기까지 했다. 계엄이 끝나고 오늘 열린 주식시장 또한 외인 매도세가 짙어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부터 윤 대통령이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한편 이번 비상계엄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 한 대통령의 독단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군통수권자의 비상식적인 명령에 군이 대부분 동조하지 않았고 시민들도 한밤중에 들고 일어섰다. 언론 통제를 시도했지만 방송국과 신문사는 계속해서 상황을 보도했고 모두가 계엄을 거부했다. 하지만 세계 10위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비통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중지를 모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