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만든 '정보 혼란' 시대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by 지선우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 언론인 '한겨레'도 야당이 현 정부 상황이 얼마나 개탄스러우면 이런 의혹을 제기하겠냐며 계엄 자체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도 계엄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3개월 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40분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 행위인지, 내란인지 여부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정당성과 무관하게 계엄 사태는 충격적이었다. 계엄 당일 조선일보는 '김민석이 옳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국회로 군인들이 진입하고 헬기가 국회의사당 위로 날아드는 모습은 지켜봤다.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눈 앞에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이후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제기되는 의혹들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요긴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진실 한 스푼에 과장 두 스푼을 섞어 의혹을 제기해도 다들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의혹을 마구잡이로 양산했고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보수와 진보는 더 격하게 갈렸고 자신의 진영과 다른 생각은 무조건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의혹을 제기했고 시위 등을 통해 선동했다. 더이상 정보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정보 혼란' 시대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진실여부를 판가름할 국가 기관도 사라지고 있다. 검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 신뢰도가 낮아졌고 그나마 신뢰도가 높았던 사법부의 판단도 정치권이 마구잡이로 물어뜯은 탓에 무너졌다. 계엄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민주당 주도로 만든 공수처는 보수가 신뢰하지 못하며 진보 진영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강조하며 검찰을 믿지 못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정보 혼란에 '언론'은 정치인 등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옳바르지 않은 발언은 지우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 보도해야함에도 온라인 뉴스 경쟁에 일단 보도하고 보는 것이다. 언론이 수많은 음모론과 의혹을 옮겨 적다보니 사람들은 뉴스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이 먼저 바로서야 이 사태를 다잡을 수 있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실과 정보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떻게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는 미국 최대 언론인 '뉴욕타임스'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1면 기사 제목에 누군가의 발언을 그대로 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기사 내용과 정보를 두고 기자들이 판단을 거쳐 직접 제목을 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도 정보 자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스스로 정보의 진실여부를 취재를 통해 판단해 보도해야 한다.


또한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언론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언론은 거대한 정보 혼란 시대와 맞서 싸우고 있다.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언론은 영원히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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